(주)유비에스디 천상덕 대표 / 공학박사,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주)유비에스디 천상덕 대표 / 공학박사,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주)유비에스디 천상덕 대표 / 공학박사,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지난 2003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시행된 이후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노후불량주거지를 새로운 주거환경으로 개선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물론, 정비사업은 때때로 투명하지 못한 부분으로 인해 ‘비리의 온상’이라는 낙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고, 법적 다툼과 사업지연으로 사회갈등의 주범으로 전락되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완숙한 세계화 시대에 직면한 지금은 이러한 문제점을 뛰어 넘어 정비사업의 진정한 역할을 되돌아볼 때이자, 대한민국의 도시정비회사가 저개발 국가에 진출, 협력적 관계를 선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때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부터 정비회사에 대한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비회사의 위상 재정립을 위해서는 도시정비법 상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정비사업관리회사’ 등으로 용어를 변경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최근 ‘건설업자’라는 용어를 ‘건설사업자’로 변경한 내용과 일맥상통한 내용이다.

지난 4월 5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건설산업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업자’의 사전적 의미는 ‘사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업자와 결탁한 비리 공무원’ 등의 용례에서 보듯이 업체 경영자나 종사자를 비하(卑下)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등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용어라 할 수 있다”며 “이에 업자라는 용어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등에서 표현된 사례와 같이 ‘사업자’로 변경함으로써 건설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위상을 제고하고 긍지와 자부심을 북돋우려는 것”이라고 제안사유를 밝혔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재건축‧재개발 등 대규모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도시재생뉴딜사업에서도 정비회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2016년 12월 기준, 전국 2427개 정비사업 구역 중 1757개 구역에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660개 구역은 해제 등으로 인해 도시재생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 주거환경개선을 추진 중이다.

국내 도시화율은 92%대에 진입했고, 주택보급율은 100%를 넘어섰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제기반은 악화됐으며, 도시환경은 쇠퇴해 전국 도시의 72%가 활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주민 생활의 질 저하도 심화됐다.

수치상 도시화율과 주택보급율은 상당한 수준에 올랐지만, 그 어느 때보다 정비회사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가 도래한 셈이다. 정비회사들이 쌓아온 지난 16년간의 현장경험이 필요한 때다. 더욱이 정비회사가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면 더욱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위해 코디네이터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동의서 징구, 주민설명회, 사업계획서, 예산안 수립, 사업 종결, 성과 등 많은 부분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경험을 쌓아온 도시정비회사 종사자들을 코디네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면 굳이 새로운 코디네이터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전국의 약 300여개 도시정비회사가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1년에 10조원, 5년간 50조원에 달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 정책자금 예산은 도시재생사업지의 주민역량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정비사업관리회사’ 등으로 명칭 변경해 도시정비, 도시재생 총괄 코디네이터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용어변경과 그 역할을 확대는 대한민국 정비회사들이 세계 속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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