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 대책’ 발표

정비업계 “법‧현실 무시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

 

재건축조합에게 세입자 손실보상 등을 부담시키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국회에 계류중인 가운데 서울시가 지난 4월 23일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 대책’을 발표했다. 재개발사업과 달리 세입자 손실보상 의무규정이 없었던 단독주택 재건축사업 세입자에 대한 지원책이 처음 나온 것.

단독주택 재건축은 노후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 주택 등을 허물고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정비사업으로, 지난 2014년 8월 도시정비법 개정과 함께 폐지된 정비사업 유형이다. 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이 많아 사실상 재개발사업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제도 폐지 당시 지정된 사업구역은 286개로 이중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했던 198개 구역은 주민동의를 통해 해제됐고, 22개 구역은 준공됐다. 다만, 66개 구역(17개 구역 착공)이 여전히 사업 진행 중에 있어 이에 대한 세입자 보상대책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이번 대책의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재건축 사업시행자가 철거세입자에게 재개발사업에 준하는 손실보상(주거이전비, 동산이전비, 영업손실보상비)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손실보상에 상응하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최대 10%까지 부여해 사업시행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대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세입자 손실보상을 사업시행계획(변경) 인가조건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비계획 단계부터 용적률 인센티브를 명시하고, 도시계획위원회(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한다.

또한 대부분 영세한 단독주택 재건축 철거 세입자들에게도 재개발 세입자처럼 임대주택 입주기회를 새롭게 제공해 주거권을 강화하고 재정착을 지원한다. 자격요건이 되고 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하는 세입자가 대상이다. 재개발 철거 세입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보증금・임대료, 임대기간 등 조건이 동일하게 적용되며 해당 구역 내에서 건립되는 임대주택 물량을 행복주택(매입형 임대주택)으로 우선 공급하고, 타 재개발구역 임대주택 중 기존 재개발 철거 세입자에게 공급 후 남은 잔여 주택과 공가를 활용해 병행 공급한다.

임대주택 입주대상자 요건은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대상과 동일하게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 3개월 전부터 사업시행계획인가로 이주하는 날까지 계속 거주하고 있는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사업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세입자 보상대책, 임대주택 공급 방안 등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하지만, 재건축사업은 그동안 살아온 삶의 터전을 이전해야 하는 상황은 동일함에도 법적 근거가 없어 건물주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영세한 단독주택 세입자의 경우 아무런 대책 없이 철거・이주 시점에 이르러 오갈 곳 없는 현실에 내몰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 대책은 서울시 차원에서 즉시 추진 가능한 대책으로, 즉시 가동하는 동시에 세입자 손실보상, 임대주택 건설・공급 의무규정 도입 같은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책의 적용대상은 현재 사업 추진 중인 66개 구역 가운데 착공 이전 단계에 있는 49개 구역이다.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25개 구역은 세입자 대책이 계획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한다. 이미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됐거나 계획 수립을 위한 상당한 절차가 진행된 24개 구역은 세입자 대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계획 변경 등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한편, 이와 같은 서울시의 발표가 나오자 정비업계에서는 “정비사업 현장 및 법을 무시한 서울시의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정비법은 제정 이후부터 현재까지 재건축사업의 세입자 보상에 대해 어떠한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세입자 대책을 마련하면 10%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한다지만,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조합원들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현 김래현 변호사는 “도시정법비 상 재건축사업의 경우 별도 세입자 보상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과거 이에 대해서 2차례 헌법재판소에서 판단이 있었으나 합헌 8, 위헌 1의 의견으로 각하 판단이 나온 바 있으며, 위 헌재 판단을 뒤집을 사정변경은 현재까지 없다. 결국 이는 현행 법의 무리한 확대해석이 아니라 사회환경변화에 따른 개정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단독주택 재건축의 경우에도 재개발과 같이 세입자 보상을 규정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며 “이와 같은 시점에서 나온 서울시의 대책은 사실상 인허가권을 남용해 사실상 도시정비법 개정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입법부의 권한 침해이자 서울 권역 외 다른 지역 사업지와도 정당한 사유 없이 소재지만을 근거로 불합리한 차별을 자행하는 것이다. 또한 나아가 법령 상 근거 없이 보상비 명목으로 재건축 조합원들의 자산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도 타당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도시정비협회 하재광 사무국장은 “법에도 규정이 전무한 서울시의 세입자 대책 발표로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주체들은 갑작스럽게 날벼락을 맞게 됐다. 더욱이 이미 관리처분계획이 수립된 구역까지 세입자 대책 마련을 유도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라며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이 실질적으로 재개발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조합원들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임을 의미한다. 서울시가 진정 시민들을 위해 정책을 운영하려면, 조합원들의 피해를 보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거나 적어도 사업주체가 세입자 대책을 마련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지, 기존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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