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장점 상당하나 건설사업 측면에서 단점 많아 … 개선방안 모색 필요”

최근 조합시행 정비사업 방식의 장·단점을 건설사업 측면에서 분석한 보고서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태희 부연구위원이 지난 1117일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 조합시행 정비사업 방식의 장·단점 분석보고서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자.

 

건설사업 측면에서 성공적인 정비사업의 정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원칙적인 시행자는 조합이다. 조합이 시행하는 사업은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정비사업의 91%에 이를 정도로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조합이 단독으로 시행하는 방식 외에도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요청 시 지자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또는 신탁사가 시행하거나 조합과 공동으로 시행할 수 있으며, 이 밖에도 조합이 존속하면서 타 주체가 사업을 대행하는 방식도 있다. 다만, 조합 시행방식 중에서도 조합과 타 주체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방식과 신탁사 등이 대행하는 사업장은 매우 소수로, 대부분은 조합이 단독으로 시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정비사업의 핵심은 노후 건축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공동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건설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를 정도로 주택사업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사업이다.

그렇다면 건설사업 측면에서 성공적인 정비사업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건설사업은 사업의 성과목표 달성 여부로 성패 여부를 가늠하는 경우가 많고, 핵심 판단기준으로는 사업비, 품질, 사업기간 등이 꼽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비사업의 특성을 함께 고려하면, 건설사업 측면에서 성공적인 정비사업은 조합원들의 선호와 수요에 부합하는 목적물을 조합원들이 부담 가능한 사업비 내에서 비용 대비 최고의 품질로 불필요한 지연 없이 신속하게 사업을 완수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조합시행 방식의 장점과 단점

조합시행 정비사업은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조합집행부가 유능하고 도덕적이라고 가정할 경우의 주요 장점을 살펴보면, 먼저 사업과정 전반에 타 시행방식 대비 조합원 의견수렴이 가장 잘 될 수 있는 사업방식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조합원이 집행부를 선출하며, 불신임 시 타 방식 대비 수월하게 해임할 수 있고, 조합장에게 상당한 권한이 위임돼 있으나 주요사안은 대의원회나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제도개편으로 조합원 정보접근성이 상당히 강화돼 조합원들이 손쉽게 사업 진행 과정을 파악하고, 필요 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사례가 많고 가장 익숙한 사업방식이라는 점도 돋보인다. 조합시행 정비사업은 지난 1983년 합동재개발 도입 이래 가장 보편적인 기성시가지 재생 방식으로, 그만큼 동의를 받기에 유리할 뿐 아니라, 수많은 사례와 판례가 존재하기에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데도 유리한 방식이다.

수수료 등에 대한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조합은 기본적으로 전체 사업과정을 ‘DIY’ 하는 방식으로, 비록 조합 운영과 시행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합장 및 직원 급여와 협력업체 용역비용 등이 수반되나, 이는 시행을 위탁하는 경우 발생하는 수수료 대비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이외에도 주인의식을 기반으로 품질 향상 및 개발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조합장 등 조합임원은 조합원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도록 사업을 추진할 의무가 있으며, 조합임원도 조합원인 만큼 조합원과의 이해관계가 대체로 일치하는 편이다. 따라서 그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품질 향상 및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조합시행 정비사업은 동시에 여러 단점을 가지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언론을 통해 공사비 급등, 사업지연 등 건설사업 측면에서의 문제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특히 역량 있고 기업 지배구조가 양호한 부동산개발회사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과 비교해 보면 단점 파악을 넘어 개선방안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발주자(조합) 관련 문제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사업 시행을 위한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역량 있는 개발회사의 경우 자체 자금을 활용해 건축사·건설엔지니어링업 등 협력업체를 운용하고, 계약에 따라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한다. 반면, 조합은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정비회사)나 건축설계사 등을 선정하지만 기성은 물론 계약금마저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오히려 협력업체로부터 조합 운영비를 대여 받는 경우도 많다.

용역비와 대여금은 시공사 선정 후 지급 및 반환되는 구조지만, 사업성이 양호하지 못한 사업장의 경우 용역사들이 참여를 꺼리게 돼 사업이 상당 기간 지연되는 경우가 많고, 외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인 만큼 용역비를 지급하기 전까지 용역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조합이 시공사에게 사업비 조달을 의존하는 구조는 많은 조합이 시공사에 끌려 다니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부족한 전문성도 문제점 중 하나다. 공동주택 건설사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도시·건축 관련 인·허가 전반과 법률, 세무, 회계 등의 지식 외에도 건설공사 발주자로서 상품설계 및 건설사업관리 등과 관련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는 발주자가 상품설계 분야에 있어 최신 설계 트렌드 등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적기 의사결정 및 요구사항 전달 등 사업참여자에 대한 섬세한 컨트롤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건설사업관리 관련 높은 이해와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시공계약 및 이후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변경 요청과 높은 품질확보, 공기 관리 등을 위한 적절한 대응도 할 수 있다.

반면, 정비사업조합은 앞에서 언급한 전문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아 사업 지연, 사업비 상승, 품질 저하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공동주택단지 조성은 많게는 조 단위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큰 규모의 건설사업인 만큼 기업 지배구조가 양호한 개발회사에서는 비리나 대리인 문제 발생이 드문 편이나, 조합시행 방식의 경우 처벌 강화와 지속적인 실태점검 시행 등을 통해 비리가 상당히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합임원 비리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버넌스의 불안정성과 조합 내부 분쟁 발생 우려도 단점으로 꼽힌다. 통상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되는 개발회사는 ‘11시스템 속에서 최대주주가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직원들을 동원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

반면, 조합시행 방식은 많게는 수천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동업하는 방식으로, 조합원 간 생각과 경제적 상황이 상이함에 따른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11방식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구조 속에서 수시로 비상대책위원회가 등장하고 조합장 해임 발의가 발생하는 등 거버넌스 안정성 측면에서도 단점이 있다.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사업절차 이행, 의사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것도 단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개발회사의 경우 사안별 위임자에게 의사결정 권한이 명확하게 부여돼 있고,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내부 시스템이 갖춰진 경우가 많아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반면, 조합방식의 경우 민주적 조합 운영과 조합집행부 견제 등을 위한 절차가 세세하게 규정돼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취소 또는 무효 사유가 된다. 이외에도 계약 예산편성, 계획수립 등을 위해서는 총회나 대의원회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이러한 절차 이행 의무로 인해 사업을 신속하게 시행하기에 상당한 한계가 있다.

다만, 조합방식의 이러한 번거로움은 조합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많게는 수천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민주적으로 동업하기 위해 만든 절차에 따른 것인 만큼 절차 이행으로 인한 사업 지연은 조합집행부의 귀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정비사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물론 일부 개선이 필요하겠으나) 상당 부분 불가피한 것으로 봐야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성공적인 건설사업 추진측면에서 현행 조합시행 방식은 조합원들의 선호와 니즈 반영에는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으나, 사업비와 품질, 사업기간 등 나머지 세 기준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다만, 조합시행 방식은 앞서 언급한 장점과 타시행방식이 가진 단점으로 인해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장기간 주된 시행방식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조합시행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건설사업 측면에서 현 조합시행 정비사업의 문제 주요 원인

주체

문제

최종 파급효과

발주자

(조합)

사업비 부족

사업지연, 품질 저하

전문성 부족

사업지연, 사업비 상승, 품질 저하

거버넌스 관련 문제

사업지연, 사업비 상승, 품질 저하

도덕성 관련 문제

사업지연, 사업비 상승

행정관청

(인허가청 귀책사유로 인한) 인허가 지연

사업지연, 사업비 상승, 품질 저하

설계자

설계자 역량 부족 (사업성, 사업규모 )

사업지연, 사업비 상승, 품질 저하

도덕성 관련 문제 (리베이트, 불필요한 설계변경 유도)

사업지연, 사업비 상승, 품질 저하

설계자-시공자 원활한 연계·협력 부족

사업지연, 사업비 상승, 품질 저하

시공자

도덕성 관련 문제

(근거 없는 공사비 증액 요구, 과잉 or 부실시공 등)

사업지연, 사업비 상승, 품질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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