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김인석 수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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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피고는 대구에서 재개발사업을 목적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라 설립된 조합이고, 원고들은 피고의 사업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하는 사람들로서 피고의 조합원이다.

피고는 2017년경 임시총회를 개최해 A회사를 시공자로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이하 2017년 시공자 선정결의).

피고는 조합원 분양신청 공고 및 임시총회를 거쳐 2021년경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고, 관할 구청장은 다음해 피고의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고 같은 날 이를 고시했다(이하 관할 구청장으로부터 인가받은 피고의 관리처분계획을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으로 칭함).

피고의 일부 조합원은 2017년 시공자 선정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1심법원은 2022년경 위 결의가 수의계약의 의한 시공자 선정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피고의 정관에 반해 무효라고 봐 그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으며, 여기에 피고가 항소해 항소심이 계속 중이다.

피고는 위 제1심법원의 판결이 선고된 직후 임시총회를 개최해 재차 A회사를 시공자로 선정하고 종전과 같은 내용의 계약체결을 의결했다(이하 2022년 시공자 선정결의).

 

원고의 주장

도시정비법령에 따르면 조합설립 후 시공자와의 계약을 체결한 후에 분양신청 공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시공자와의 계약이 체결된 후에야 비로소 조합원들의 개략적인 분담금 등의 내역이 확정돼 토지등소유자들이 분양신청을 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되므로, 그와 같은 내용은 분양통지서에 반드시 명시돼야 할 뿐 아니라 최대한 정확하게 기재돼야 한다. 그런데 2017년 시공자 선정결의는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결권 및 선택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무효인 바,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은 시공자가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다.

또한 시공자 선정결의가 무효임에 따라 종전 분양통지 및 공고에 기재된 조합원들의 개략적인 분담금 등 주요 내용들은 향후 새로운 시공계약에 따라 변동될 수밖에 없고, 비록 피고가 2022년 시공자 선정결의를 통해 재차 시공자 선정 안건을 가결하고 종전과 같은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나, 그 내용은 원자재가격의 상승 등에 비춰 그대로 유지될 수 없고 추후 공사비 증액 계약이 확실시돼 조합원들의 부담증가로 귀결될 것이 명백하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은 적법한 시공자 선정 및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기 전 분양통지와 공고를 하고 분양신청을 받아 수립된 것인 바, 토지등소유자의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양신청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

 

법원의 판단

사업시행계획에는 정비사업비 및 설계도서가 포함돼야 하고(도시정비법 제52조 제1항 제12, 13, 같은 법 시행령 제47조 제2항 제4), 관리처분계획에는 분양설계, 정비사업비의 추산액이 포함돼야 하며(도시정비법 제74조 제1항 제1, 6), 사업시행자는 도시정비법 제72조에 따른 분양신청기간이 종료된 때에는 분양신청의 현황을 기초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인가를 받아야 한다(도시정비법 제74조 제1항 본문).

한편, 도시정비법 제72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한 경우에는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120일 이내에 분양신청통지를 해야 하는데, 이는 관리처분계획의 기초가 되는 분양신청을 위한 분양신청통지가 가급적 시공자와 체결한 계약을 반영하도록 하는 취지에서 사업시행계획 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한 경우에는 그 계약 체결일로부터 분양신청통지 기간을 기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은 제29조 제4항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 시공자 선정과 관리처분계획 수립의 선후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은 시공자 선정과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을 별개의 총회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5, 10), 도시정비법 제74조 제1,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62조에서 시공자 선정에 관한 사항을 관리처분계획에 포함돼야 하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시공자의 선정과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은 별개로 이뤄지는 독립적인 절차이고, 관리처분계획이 반드시 유효하게 선정된 시공자가 마련했거나 그러한 시공자의 선정 과정에서 전제로 된 설계안을 기초로 작성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설령 2017년 시공자 선정결의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에 따라 위 선정결의를 토대로 하는 종전의 설계안이나 사업비에 변동이 발생해 이를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사유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은 변론으로 하고,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이 당연히 위법하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피고는 2022년경 임시총회를 개최해 재차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했음은 앞서 본 것과 같고, 위 안건이 가결됨에 따라 대우건설과 종전과 같은 내용으로 시공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설령 2017년 시공자 선정결의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토지등소유자에 대한 분양신청통지의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정확하지 아니해 토지등소유자가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양신청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어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피고 조합이 A회사와 2017년 선정결의에 기초해 체결한 시공계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을 위한 절차적 하자와 관련해 도시정비법 제72조 제1항의 규정에 비춰 무효인 시공계약에 터 잡아 이뤄진 피고 조합의 분양신청이 절차 위반으로써 무효이냐는 것이고, 둘째는 분양신청이 유효라고 하더라도 도시정비법 제72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분양공고 전 개별적으로 통지돼야 할 분양대상자별 분담금의 추산액이 정확하지 않아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상 하자가 인정될 수 있냐는 것이다.

첫 번째 쟁점과 관련해서는 법원이 시공자의 선정과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은 별개로 이뤄지는 독립적인 절차라고 판단한 것에 더해, 도시정비법 제72조 제1항의 규정을 훈시규정이라고 해석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고시가 있은 날로부터 120일이 지난 경우에는 분양신청 절차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점까지 고려해 볼 때, 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또한 두 번째 쟁점과 관련해서도, 분양신청통지 단계에서의 분담금 추산액의 통지는 장차 조합원이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 비용을 대강 판단 내지 추단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해 통지하는 것으로 족할 뿐만 아니라(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5헌바66 결정 참조), 해당 사안에서 피고 조합은 2017년 시공자 선정결의가 무효라는 제1심법원의 판결이 있은 직후 항소와 동시에 재차 A회사를 기존과 같은 조건의 시공자로 선정하는 기민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기존 분양신청 절차를 위해 통지한 분양대상자별 분담금의 추산액의 정합성을 그대로 유지한 특수한 사정까지 인정되므로,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 또한 타당하다고 보인다.

조합사업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이해관계를 가지다 보니, 이미 과거가 종결됐다고 생각하는 사실관계도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 일쑤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먼저겠으나, 하자가 발견된 경우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들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상판결은 피고 조합이 항소와 함께 취한 최적의 조치가 빛을 발한 사례다.

 

 

Tip! 도시정비법

 

29(계약의 방법 및 시공자 선정 등)

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제1항에 따라 경쟁입찰 또는 수의계약(2회 이상 경쟁입찰이 유찰된 경우로 한정한다)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정비사업은 조합총회에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선정할 수 있다.

 

45(총회의 의결) 다음 각 호의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5. 시공자설계자 및 감정평가법인등(74조제4항에 따라 시장군수등이 선정계약하는 감정평가법인등은 제외한다)의 선정 및 변경. 다만, 감정평가법인등 선정 및 변경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 시장군수등에게 위탁할 수 있다.

10. 74조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74조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에 따른 경미한 변경은 제외한다)

 

72(분양공고 및 분양신청) 사업시행자는 제50조 제9항에 따른 사업시행계획 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사업시행계획 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한 경우에는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120일 이내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토지등소유자에게 통지하고, 분양의 대상이 되는 대지 또는 건축물의 내역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해당 지역에서 발간되는 일간신문에 공고해야 한다. 다만, 토지등소유자 1인이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분양대상자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명세 및 사업시행계획 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을 기준으로 한 가격(사업시행계획 인가 전에 제81조제3항에 따라 철거된 건축물은 시장군수등에게 허가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한 가격)

2. 분양대상자별 분담금의 추산액

3. 분양신청기간

4.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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