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과거 저축은행 사태 이상 심각성 우려 … 다각적 대응책 마련해야”

나날이 심각해지는 부동산PF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 최소화를 위한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학계의 의견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김정주 연구위원은 부동산PF위기, 진단과 전망, 그리고 제언보고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PF위기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위와 같이 밝혔다.

 

부동산 PF 위기, 원인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부동산PF 위기는 지난 2010년대 초 발생한 건설사들의 대량 부실 및 그로 인한 저축은행들의 동반 부실사태와 비교해 발생원인과 구조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 사태는 부동산규제와 글로벌금융위기로 부동산경기가 급랭하면서 미분양이 급격히 증가하자 연대보증을 제공했던 건설사들이 대거 부실화됐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금융기관 차원에서 PF회수가 곤란해짐으로써 발생했다.

지금의 부동산PF 위기 역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부동산경기가 급랭하자 개발사업의 현금 흐름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촉발됐고, 최근에는 PF 대출 상환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부실이 본격화되면서 그에 따른 금융기관으로의 부실이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구조적으로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과거 이상의 심각성 우려돼

그러나 과거에 비해 훨씬 큰 부동산PF 규모 다양하면서 복잡한 부실위험의 파급경로 손실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2금융권과 중소건설사들에게 위험이 집중된 구조 높아진 비용으로 인해 할인분양 등을 통해 미분양을 해소하기 쉽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지금의 위기가 과거 저축은행 사태보다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PF의 총 규모는 약 100조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전 금융업권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PF 대출 규모가 이보다 2배 이상인 20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규모가 과거에 비해 훨씬 큰 만큼 충격도 클 수 있다는 것.

또한 지난 수년간 부동산PF 시장으로 금융참여자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조달방식이 확대된 만큼 실물 부문에서의 부실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상호작용하면서 위기를 증폭시킬 우려도 있다.

과거와 달리 손실흡수력이 낮은 제2금융권과 중소건설사들에 부실위험이 집중돼 있는 점도 문제가 된다. 금융공급주체와 신용보강주체 모두 부실을 충분히 스스로 흡수하지 못함으로써 일부 부문에서 부도 사태가 일어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건설원가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시행주체와 건설사 입장에서 할인분양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PF 위기가 본격화된 20223분기 이후 비교적 신속하게 정책적 대응을 실시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개발사업에서 유동성 위기가 곧바로 개발사업들의 좌초로 이어져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또한 2022년부터 본격화된 부동산규제 완화와 지난해 초부터 판매된 특례보금자리론, 시중은행에서 공격적으로 판매했던 50년 만기 장기모기지론 등의 효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국지적·일시적으로 부동산시장의 회복세가 관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동산 시장은 다시 가격 흐름이 둔화되고 거래량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분양이 증가세로 전환되고, 금융권의 채무이행 청구로 건설사들의 부도가 시작되는 상황으로, 금융당국 역시 최근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의지를 천명하면서 금융기관들이 본격적으로 부실을 인식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에서의 충격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도입한 주택 부문에서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2020년 이후 부동산가격 급등기에 다수의 개발사업들이 비주택 부문에서 추진됐으나, 시장 흐름이 침체되면서 이러한 비주택 부문 개발사업들이 훨씬 심각한 수익성 저하를 겪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부동산규제 완화의 직접적 수혜대상에서도 제외돼온 결과 상당수 사업장이 이미 한계상황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해야

이처럼 그동안 정부의 정책은 금리 급등기 금융사 및 시행사들에서 발생한 단기적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비교적 효과적이었으나, 고금리 지속으로 분양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장기모기지론 공급이 중단되면서 정책의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건설업계에 요구해 왔던 일명 과도한 자구노력이 그다지 현실적이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최근 사업성을 상실한 상당수 사업장에서 개발사업에 대한 정리가 시작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실제로 인식하게 될 부실의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대규모 부실이 일시에 인식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재점화할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건산연은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향후 부실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사태의 발생가능성에 대비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 다음과 같은 대응책을 제시했다.

첫째, 금융권의 손실흡수력을 보강한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건설사들의 부도가 시작되면 금융기관들의 연체, 그리고 부실채권 잔액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금융기관들의 신규 자금조달 필요성이 단시간에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자금 수요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여러 정책지원 수단을 통해 단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자금수요를 흡수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건설사들에 대한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장치를 마련한다. PF의 부실 문제는 1차적으로 건설사 부실에서 촉발되는 만큼 회생 가능성이 높은 건설사들에 대해 유동성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장치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강화된 지원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활용했던 정부의 직접 매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제혜택 등을 강화해 미분양리츠와 임대사업 활성화 등의 방식으로 시장에서 미분양이 해소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분양이 심한 지역은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하되, 지정된 지역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넷째, 현재 일부 부처에 분산돼 운영되고 있는 위기대응 시스템을 강화·효율화한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대응체계로는 위기대응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관련 지자체-감사원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응체계를 구축해 정상사업장에 대해서는 세제와 금융 측면에서의 지원이, 부실사업장에 대해서는 기한이익상실 선언 및 부실자산 정리가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건산연 김정주 연구위원은 지금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부동산시장의 회복이지만, 단기적으로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실처리가 본격화되고 있다이 과정에서 채권시장 등 자금시장에서의 불안 촉발을 얼마나 조기에 포착해 잘 대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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