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현대도시에 향기‧비전 심는 ‘공공디자인’

시민‧공공 머리를 맞대 함께 고민하고 결과 함께 누려야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크기와 모양이 달라 난잡하던 상가의 간판이 예전과 달리 비슷한 규격과 모양으로 정돈된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다소 딱딱하고 일률적이던 기존의 틀을 깨고 디자인을 가미한 새로운 형태로 시선을 사로잡는 간판도 만날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의 인식변화가 이러한 외형적 변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요즘 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이끌고 있는 큰 축은 역시 각 지자체다. 도시디자인에 대한 인식 제고에 발맞춰 각 지자체가 가이드라인을 설정, 적용하는 등 도시에 디자인의 개념을 입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는 ‘비우는, 통합하는, 더불어 하는, 지속가능한, 보존하는 디자인’ 등 5대 전략을 통해 시민을 우선하는 ‘디자인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양의 도시가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생성된데 비해 몇 십 년 만에 현대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춘 것이 서울의 특징. 이로 인해 서울은 비대칭적이고 정돈되지 않은 무분별한 모습이 산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가 위의 ‘디자인 서울 5대 전략’을 통해 균형감 있는 도시로의 체계적 정비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디자인 서울 5대 전략 중 ‘비움’은 도시 공공디자인의 1단계로 경관의 위계를 정립해 필요 없는 요소를 빼는 것을 의미한다. 비워낸 자리가 있어야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듯이, 위계에 따라 필요 없는 부조화 요소를 솎아내고 필수 요소들은 통합시킨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한다’는 모든 행위들이 사회구성원 공공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이뤄져야함을 의미한다. 때문에 서울시는 디자인 서울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청회, 토론회 등 여러 방법과 세부사업들을 통해 구성원의 직접참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지속가능하다’는 의미는 도시의 나아갈 바에 맞춰 지침을 정하고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미래지향적인 개념이다. 좁은 의미로는 시설물 개개의 내구성이나 견고함을 들 수도 있겠지만, 넓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환경, 자연보호 및 사회와 인간의 공존과 조화적인 측면을 강조한 개념이다.

이와 같은 전략들은 마지막 전략인 ‘보존하는 디자인 서울’ 전략과 연계해 과거를 살피고, 우리에게 맞는 발전방향을 모색해 미래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실현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우리가 체감하는 최근의 변화를 이끄는 큰 틀은 공공디자인과에서 디자인되고 있다. 서울시 공공디자인과는 2007년 디자인총괄본부 출범 당시 신설돼 올해로 7년째 서울시의 공공디자인 전반에 대한 정책을 펴 나가고 있다. 출범 초기 서울시 경관 정온화를 위해 공공공간, 공공시설물, 공공건축, 공공시각매체, 옥외광고물 등 5개 분야를 아우르는 ‘도시디자인기본계획’과 ‘디자인서울가이드라인’을 수립해 도시디자인 정책에 대한 큰 틀을 정립했다.

이후 공공디자인과는 야간경관 즉, ‘빛 환경’에 대한 디자인 정책을 추가 수립해 서울시 경관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공공공간이나 공공건축, 야간경관에 대한 디자인심의를 통해 도시공간환경을 관리하고, 공공시설물 디자인 개발 및 우수디자인 인증을 통해 관련업계 진흥을 도모하고 있다. 야간경관 정책 수립 및 관리, 옥외광고물에 관한 업무 역시 수행하고 있다.

“사회에서 보다 조화롭고 질 높은 공존의 바탕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수를 위한, 그리고 다수가 공감하는 가치관이 규정돼야 하는데, 편익을 공평하게 제공하는 공공디자인이야말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최선의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구성원은 공공디자인을 통해 나 이외의 구성원 및 공공과 만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며, 이런 유기적 연결이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활력과 조화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삭막한 현대사회의 도시에 사람다운 향기와 비전을 심는 것, 그것이 바로 공공디자인입니다.”

‘디자인 서울’을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공공디자인과 양용택 과장이 생각하는 공공디자인의 의미다.

양용택 과장은 1989년 서울시에 임용된 후 20여 년간 서울시 및 자치구의 도시계획 및 주택․건축 등의 분야에서 활동을 공간환경 전문가다. 뉴타운사업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설계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주택정책실에서 장기전세주택 제도의 도입과 주거재생정책 부문, 공동주택 재건축과 맑은아파트관리문화 정책입안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1월부터는 공공디자인과를 총괄하고 있다.

특히, 양용택 과장은 꾸준한 자기개발로 보다 양질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그동안 근무했던 도시계획 및 주택․건축 분야 역시 언제나 디자인 개념이 적용됐던 만큼 공공디자인이 결코 생소한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 보직을 담당하게 된 직후 디자인 관련 분야 서적을 구입,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또한 각종 민원과 많은 업무로 바쁜 와중에서도 건축분야 석사 학위를 취득한 바 있으며, 현재는 중앙대학교에서 도시계획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양용택 과장은 “관련 분야에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험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지식이 축적돼 있다고 생각되지만, 갖고 있는 지식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측면에서 다소 서툰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바쁜 업무 속에서 학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발전은 물론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공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침에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을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집에 있는 것보다 더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 직장이 되면 좋겠다.”

양용택 과장이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말이다. 공공디자인과에서 수행하는 업무인 공공시설물, 공공건축물, 공공시각매체, 야간경관 및 광고물 등은 도시공간환경을 형성하는 중요한 영역.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사고는 유연하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돼야 하며 항상 창의성이 충만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에 양 과장은 직원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되 자율성과 책임을 최대한 보장하거나 담보하는 방향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갈수록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돼 가는 공공디자인 정책환경에 순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 디자인은 도시공간의 역사적, 문화적 매력을 회복해 가는 ‘회복과 갱신’의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재생을 통한 장소마케팅이 더욱 강한 흡인력을 동반할 수 있다고 보고, 고도(古都) 서울의 특성을 살린다면 궁극적으로 서울다운 서울을 구현,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도시재생 분야에서도 오래되고 낙후된 도심을 문화적으로 새롭게 재생시키기 위한 디자인 접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양용택 과장은 ‘서울다운 서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600년 고도인 서울은 오랜 역사만큼 도시 변화 과정을 많이 겪어왔다. 또한 우리나라 정치, 경제, 교육의 중심지로 인구가 천만을 훌쩍 넘겼으며, 인천‧경기권 인구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서울을 중심으로 몰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도시의 팽창으로 외곽지역 개발이 활발해 지면서 오히려 4대문 안의 기존 도심중앙부가 쇠퇴해 도시재생이 절실한 곳이 됐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시 도심재창조 종합계획’을 통해 600년 역사를 부각시키고 친환경, 친문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더욱이 최근에는 역사적인 맥락에서의 접근과 함께 시민들의 정주공간 재생과 회복을 위해 골목길디자인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실생활에서 주어지는 추억, 만남, 조화 등을 주제로 시민친화적 공간을 구현하는 한편 범죄예방디자인, 유니버셜디자인을 통해 모두에게 편하고 안전한 주택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도시 시설물의 신설과 재생 분야를 막론하고 도시디자인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의 기획에서부터 시행과정 전반을 장기적 계획 하에 일관적으로 추진하는 총괄조직이 있어야 한다. 또한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서 집행-검토-분석-평가-보완 등에 대한 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전문가 및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도 필요하다.

국내 디자인 정책인 정책의 경우 정부 주도의 하향식으로 이뤄져 단시간에 효과적인 지원과 성과 도출이 가능한 특성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민간과 정부의 의사소통 채널이 약화돼 질적인 진흥정책보다는 실적 위주의 형식적인 정책만을 집행한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양용택 과장은 “높아져 가는 시민의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고, 도시 정체성 구축 및 도시이미지 다양화를 위해 시민의 직접 참여를 통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며 “향후 공공디자인과에서는 공공디자인 사후 관리시스템을 마련해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만들고 여기에 시민이 참여하는 디자인관리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 시민에 의한 공공디자인을 실현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등 공공디자인의 장기적 전략을 ‘시민 운영’에 두고 시민 참여형 디자인사업 추진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 및 국가의 사회문화적 가치 상향을 지향한다’는 대전제 아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즐길 수 있는 보다 나은 공공환경 창출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거에 ‘디자인은 특수한 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사치’라 여겨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디자인 분야는 시민이 공공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참여를 통해 그 결과물을 만들고, 또 그 결과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영역입니다. 도시의 공적 영역에 설치되는 각종 공공시설물, 개인의 영역이지만 설치의 결과로서 공공의 영역에 포함되는 건축물의 외관 및 형태, 간판 등 광고물, 경관조명 등 모든 요소들의 총합이 우리 도시의 모습과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간판이나 건축물의 외관, 광고조명이나 건축물의 경관조명 등을 설치할 때 사적 시설 이전에 공공재로서의 가치 인식을 부탁드립니다.”

‘공공’디자인은 다수의 이익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개인 이기주의와 지역 이기주의로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이 양용택 과장의 설명이다. 공공안내판의 표기내용에 대한 개인적 요구, 공공부지 내 시설물 설치 위치에 대한 의견까지 특정조직이나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민원이 들어온다는 것. 충분한 설명과 설득으로 해결하고는 있지만, 공익적 관점에서는 합리성이 결여된 요구임에는 틀림없다.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요구 민원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다. 빛 공해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분쟁이 가끔씩 발생하고 있고, 특히 불법 광고물은 자치구마다 전담팀이 있어 거의 매일 단속을 실시하지만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사람다운 향기’를 누릴 수 있도록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 공익을 우선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지역이기주의에 대한 시민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양용택 과장의 당부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 의식의 변화를 이끌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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