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부도심에서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금채 / 자유기고가

 

“어머! 피터팬이다~! 여기 서봐. 사진찍자~.”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자유공원 쪽으로 가다보면, 사람들을 반기는 피터팬을 만날 수 있다. 원색으로 가득한 마을은 기분을 들뜨게 하는 마술을 부리는 듯하다. 동화책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생기 넘치는 동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에 건물들이 오래됐다는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단정하고 깨끗한 느낌이 든다.

이 동네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열악한 주거환경을 품은 구도심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었다. 낡은 건물 벽에는 금이 가 있었고, 페인트가 떨어져 보기 흉한 벽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이 동네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마을 곳곳에 꽃밭이 생겼고, 동화 속 주인공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인천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의 이야기다.



송월동은 원래 소나무가 많아 ‘솔골’, ‘송산’으로 불리다가 소나무 사이로 달이 보인다 하여 현재의 명칭인 ‘송월’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송월동은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한 후 독일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거주하면서 부촌을 이뤘는데, 수십 년 전부터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나이 드신 분들만 살다보니 마을은 활기를 잃고, 건물은 오래돼 빈집들이 늘어만 갔다.

하지만, 열악해졌던 주거환경은 이제 자생력 있는 마을로 확~ 바뀌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인천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원도심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에 힘입어 동화마을로 거듭난 것이다. 송월동 동화마을은 23억7000여만원(인천시비 90%)이 투입돼 공동작업장, 마을회관 등 공동이용시설이 확충됐다. 도로정비와 CCTV설치, 가로등 개선 등 기반시설 정비도 이뤄졌다.

동화마을의 초입, 피터팬이 이끈 곳으로 발길을 돌리면 ‘오즈의 마법사’의 소녀가 회오리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동화마을 모험의 시작을 말해준다. 동화마을의 시작에 들뜬 사람들은 마을 초입부터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얼굴 표정은 하나 같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가스밸브함을 기반으로 서있는 양철나무꾼을 보면 동화 속 주인공들과 완전히 동화된 마을을 느낄 수 있다. 동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거리를 거닐다 힘들면 쉴 수 있는 벤치도, 곳곳에 만들어진 포토존도 어느 하나 아쉬운 곳이 없다.

마을 전체는 동화 속 주인공들로 가득 차 있다. 마을은 10가지의 테마로 도로시, 빨간모자, 성의나라, 바다나라, 네덜란드, 신비의 길, 전래동화, 북극나라, 동물나라, 유럽도시의 길로 이뤄져 있다.

각 테마의 길로 들어서면 동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벽에 있는 그림들과 대화가 하고 싶어진다. 헨젤과 그레텔이 있는 곳에서는 집 곳곳에 붙어있는 사탕들과 초코릿을 떼먹고 싶어 얼쩡거리기도 하고, 어린친구들과 함께 포즈도 취해본다. 동화마을에 들어선 순간 어느새 나도 동심으로 즐기게 된 것이다.

거리에 마을사람들보다 관광객이 더 많아서일까, 동심을 즐기다가 문득 마을을 둘러보니 마을 전체가 축제분위기다. 천연색소로 만드는 솜사탕, 현란한 손놀림으로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터키아이스크림은 이곳을 놀이공원의 한편 정도로 착각하게 만든다.

사실, 동화마을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마을에 대한 특별한 기대감이 들지는 않았다. 주차를 하고 길을 잘 못 든 탓에 여러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는데, 마을이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사람들에게 마을의 위치를 물어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하지만, 마을에 거의 다다랐을 때 쯤 사람들은 길을 가르쳐 주면서 한결같이 “거기 새로 생긴 곳인데 아이들 데리고 가면 정말 좋아할 거야. 잘 꾸며놨더라고”라며 입을 모았다.

그리고, 막상 동화마을에 들어와 보니 동화 속에 빠져있는 많은 사람들에 놀랐다. 특히, 동화마을은 자원봉사로 벽화가 수놓아진 수많은 벽화마을들과는 큰 차별성을 가졌다. 시․구가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을 꾸며서인지 병원, 주민센터 등 마을 부대시설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눈길이 쉽게 가지 않는 높은 가로등까지 동화 속 콘셉트에 맞게 꾸민 세심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마을의 생태를 바꾸고, 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동화와 함께 사는 마을주민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동화마을에서 벗어나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난 아직도 동화 속에서 꿈을 꾸는 것 같다.

 

동화마을 가는 길

동화마을 - 인천광역시 중구 자유공원서로 45번길 일대

지하철 인천역 1번출구에서 동인천역 방면으로 200m 직진 후 맞은편 언덕길을 따라 자유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다. 사람들에게 길을 물을 경우 차이나타운 입구를 묻는 편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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