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조합원 이해관계 영향 미치는 실질적 변경”

주택 경기 및 정비사업 시장의 침체 등으로 인해 지분제 사업방식을 도급제로 변경하거나 변경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26일 “(위와 같은 사업방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조합원 2/3 이상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기도 부천시 약대주공아파트의 공사도급변경계약 무효 여부를 다투는 소송(2013나77586)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다.

약대주공아파트 추진위원회측은 사업시행방식을 도급제로 하는 내용의 조합설립동의서를 토지등소유자에게 징구했다가, 2007년 4월 말경 해당 동의서를 모두 폐기하고 사업시행방식을 지분제로 하는 내용의 조합설립동의서를 다시 징구했다. 또한 약대주공아파트는 2007년 5월 창립총회 개최해 사업시행방식을 지분제로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재건축결의를 의결했으며, 2007년 7월과 9월 각각 조합설립 및 사업시행계획을 인가 받았다.

이후 약대주공아파트는 2007년 10월 28일 조합원총회를 개최해 무상지분율 120%를 제시한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자로 선정, 동년 11월 28일 조합원총회에서 시공사 본계약 체결의 건과 관리처분계획 결의의 건 등을 의결하고, 2008년 1월 28일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은 데 이어 2008년 1월 31일 사업시행방식을 지분제로 하는 내용의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약대주공아파트 시공자인 현대산업개발측은 2008년 10월부터 조합측에 지속적으로 “물가상승 및 금리인상으로 인해 공사비가 약 450억 원 증가했고,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일반분양가 하락이 불가피하고 그로 인한 손실액이 약 280억 원으로 추정돼 전체 73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하면서 위 계약에서 정한 사업시행방식인 지분제를 도급제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고, 철거공사를 중단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조합측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시행방식을 도급제로 변경하는 안에 대해 검토해 사업시행방식을 변경할 경우 분양가 하락으로 인한 분양수익금 감소로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이 증가할 것을 예측했지만,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재입찰을 할 경우 현재의 부동산 시장여건상 사업시행방식을 도급제로 해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그 경우 오히려 현대산업개발측이 제시하고 있는 평당 공사비보다 공사비가 증가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조합측은 2009년 7월 25일 ‘시공사 계약변경 요구 수용여부의 건’ 등을 안건으로 상정한 총회를 개최해 전체 조합원 1057명 중 876명 참석, 조합원 509명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을 가결 처리했으며, 2009년 12월 29일 총회에서 ‘시공사 본계약 변경의 건’을 상정해 전체 조합원 1057명 중 714명 참석, 참석 조합원 중 571명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을 가결 처리했다.

또한 조합은 시공자와 2010년 1월 13일 사업시행방식을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사도급변경계약을 체결했고, 현대산업개발측은 변경계약 체결 후인 2010년 3월 18일 착공신고를 하고 공사를 재개했다.

이후 조합측은 설계변경 및 사업시행변경인가에 따라 공사도급계약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조합원들에게 알린 다음 2011년 4월 21일 ‘시공사 공사도급계약 변경승인 결의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한 조합원 총회를 개최, 전체 조합원 1038명 중 796명 참석, 참석 조합원 중 737명의 동의를 얻어 가결 처리했으며, 2011년 7월 8일 공사계약을 다시 한 번 변경해 도급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설계변경 및 사업시행변경인가 등을 감안해 공사비를 일부 증액하고 공사기간을 일부 연장했다.

사업방식이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됐음에도 계약서에 남아있던 지분제를 전제로 한 계약내용에 대한 자구 수정이나 별지 삭제 등도 이와 같은 2차 변경계약을 통해 이뤄졌다.

약대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듯 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사업방식의 변화 등으로 인해 추가분담금이 크게 늘자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진 것이다.

이에 조합원들은 지난해 3월 새로운 조합 집행부를 구성하고,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위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최초 사건을 담당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현대산업개발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의 판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해당 사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제31민사부는 먼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0년 4월 15일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도시정비법)은 제20조 제1항 제8호 및 제15호를 통해 ‘조합의 비용부담’이나 ‘시공자․설계자의 선정 및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의 경우 조합원의 비용분담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 이를 정관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으로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3항을 통해 그에 관한 정관변경을 위해서는 특별히 조합원의 2/3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정관의 필수적 기재사항이자 엄격한 정관변경절차를 거쳐야 하는 위에 대한 사항이 당초 조합설립동의 당시와 비교해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되는 경우에는 비록 정관변경을 위한 절차는 아니더라도 특별다수의 동의요건을 규정함으로써 조합원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구 도시정비법의 규정을 유추 적용해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사업시행방식을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하는 것이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실질적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재건축사업의 시행방식이 지분제일 경우에는 일반분양분 아파트를 분양해 공사비로 충당할 책임을 시공자가 부담하기 때문에 일반분양분 아파트의 분양실적이 저조하더라도 조합원 각자가 납부해야 할 분담금이 증가하지 않는 반면, 재건축사업의 시행방식이 도급제일 경우 일반분양분 아파트를 분양해 공사비를 조달할 책임을 조합이 부담하기 때문에 일반분양분 아파트의 분양실적이 저조하게 되면 조합원 각자가 납부해야할 분담금이 증가하게 되는 점 ▲최초 공사계약이 체결된 이후인 2008년 하반기부터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인해 아파트 분양가격의 뚜렷한 하락세와 더불어 대규모 미분양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던 점 ▲그와 같은 시기에 사업시행방식을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하게 되면 아파트 분양가 하락과 미분양 등에 따른 위험은 조합이 부담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되고, 경기회복이 되지 않는 한 시간의 경과에 따라 조합의 경제적 부담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최초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될 무렵인 2007년 11월 28일 수립된 관리처분계획과 1차 변경계약이 체결된 이후인 2010년 8월 28일 수립된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총지출은 별다른 차이가 없는 반면에 총수입이 크게 감소해 개발이익이 1378억 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아파트 분양가 하락이 그 주된 원인이었던 점 ▲사업시행방식을 지분제로 한 최초 공사계약에 의하면, 일반분양분 아파트의 평당 평균 분양가 1895만5000원에 대해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책임분양하기로 하는 한편 ‘일반분양분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상승할 경우에는 그에 따른 수입금을 조합에 귀속시켜 조합원 지분율에 반영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으나, 사업시행방식을 도급제로 변경한 1차 변경계약에서는 위와 같은 계약내용이 모두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됐던 점 등을 지적하고, “사업시행방식을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하는 1차 변경계약은 조합의 비용부담이나 시공자․설계자의 선정 및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에 관한 사항이 당초 조합설립동의 당시와 비교해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되는 경우에 해당하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약대주공아파트의 사업시행방식 변경과 관련해서는 “구 도시정비법의 규정을 유추 적용해 조합원의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봐야 할 것인데, 1차 변경계약의 체결을 위해 개최된 총회에서는 모두 해당 안건에 대해 조합원 2/3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조합원들의 동의만을 받았으므로, 해당 안건에 대한 총회결의는 모두 무효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현대산업개발측의 “무상지분율 계산공식에 따라 최초 공사계약과 1차 변경계약 및 2차 변경계약의 무상지분율을 비교해 보면, 최초 공사계약 당시의 무상지분율은 120.1%이고, 1차 변경계약 당시의 무상지분율은 112.77%이며, 2차 변경계약 당시의 무상지분율은 115.85%가 되므로 이러한 무상지분율 변경내역을 보더라도 도급제 하에서의 무상지분율 변경이 물가의 변동 등 건축경기의 상황변화에 따른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가 주장하는) 무상지분율 계산공식은 신축아파트 무상평수를 산출함에 있어서 개발이익을 분자로 하고, 조합원들이 분양받는 아파트의 평균 평당 분양가를 분모로 하고 있는 것이므로, 아파트 분양가 하락으로 인해 개발이익이 감소함과 동시에 조합원들이 분양받는 아파트의 평균 평당 분양가도 하락할 경우에는 신축아파트 무상평수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위와 같이 무상지분율에 큰 변화가 없다는 사정만을 들어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오히려 2007년 11월 당시에 비해 2010년 8월 당시의 아파트 분양가는 현저하게 하락했는데, 이와 같은 아파트 분양가 하락으로 인해 개발이익이 감소하게 됐음이 분명한 점과 아파트 분양가 하락 및 미분양으로 인한 위험은 지분제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시공자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지만 도급제의 경우에는 조합이 부담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도급제 하에서 아파트 분양가 하락 및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조합원 분담금이 필연적으로 증가하게 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모두 종합해 보면 아파트 분양가 하락 등이 예상되는 상황 아래에서 사업시행방식을 도급제로 변경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될 따름”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위 소송과 관련해 현대산업개발측은 9월말 대법원에 항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제 사업방식을 도급제로 바꾸거나 관련 준비를 하고 있는 조합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대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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