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창촌 불명예 벗어던지기는 주민들의 오랜 숙원”

시선(詩仙)이라고까지 추앙받는 중국 당나라의 대표적 시인 이태백은 5살 때 아버지를 따라 촉 땅에 가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10살 때 이미 시와 글씨에서 성인을 능가할 정도의 특출한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정작 공부에는 열정이 없었다. 이에 그의 아버지는 이태백을 훌륭한 스승과 함께 산에 들어가 학문에 정진하게 했지만, 정작 그는 따분한 산 생활과 끝도 없는 글 읽기를 견디지 못하고 산을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산을 내려가는 도중 이태백은 냇가에서 바윗돌에 도끼를 갈고 있는 한 노파를 만난다. 그리고, “바늘을 만들기 위해 도끼를 갈고 있다”는 노인의 말을 듣고 웃는 이태백에게 노인은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갈다 보면 도끼로 바늘을 만들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노인의 말에 크게 깨달음을 얻은 이태백은 집으로 가려던 마음을 바꿔 산으로 다시 올라갔고, 마음이 해이해질 때마다 노인을 떠올리며 분발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다. 마부작침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말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마부작침의 교훈처럼, 지난한 과정을 거친 끝에 마침내 정비사업을 시행하게 된 구역이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620-47번지 일대 청량리4구역이 얼마 전 사업시행계획을 인가 받았다. 처음 정비사업이 논의된 후 10여 년 만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청량리역 주변에서 정비사업이 쉽게 되겠어?”라며 그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한 끝에 얻은 성과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청량리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 임병억 위원장이 있다.

“속칭 588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청량리 일대는 본래 서울시의 대표적인 부도심으로서 유동인구도 많고 상권이 발달한 어느 지역보다 활기찬 동네였습니다. 우리 구역의 정비사업은 윤락가를 없앤다는 측면에서 동대문구 및 서울시의 숙원사업이기도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원하는 바입니다.”

청량리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느 때보다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답하는 임병억 위원장. 임 위원장은 2004년 청량리4구역 일대에 (가칭)추진위원회가 발족했을 때부터 사업진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가 감사 등을 거쳐 지난 3월부터 추진위원회를 최선두에서 이끌어 오고 있다. 특히, 임병억 위원장은 청량리에서 나고 자란 청량리 토박이인 만큼 지역에 대한 애정이 깊다.

또한 위원장으로 선임된 후 ‘투명한 사업진행’을 스스로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홈페이지 및 안내문, 전화상담 등을 통해 토지등소유자들에게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원장으로서 사업을 최선두에서 이끈다고 해도 독단적으로 결정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는 것이 임병억 위원장의 생각이다.

“현재의 청량리가 과거의 활기를 잃어버린 이유는 성매매특별법의 시행으로 윤락사업은 물론 덩달아 상권이 쇠퇴하게 되고, 경춘선의 시작이 청량리역에서 상봉역으로 옮겨가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 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행위제한으로 주거환경에도 몸살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 만큼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서울 동북부 지역 최고의 랜드마크 단지를 건설, 과거 청량리의 활기와 명성을 되찾을 것을 자신합니다.”

생각해보면, 과거 청량리역은 언제나 젊음의 열기가 가득 차 있었다. 물론, 서울역이 존재하긴 하지만 MT를 가려는 대학생들이나 춘천 등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만나는 곳은 언제나 ‘청량리역 시계탑 앞’이었다. 누구나 청량리역에 대한 추억 하나쯤을 있을 터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없다. 여전히 유동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역을 찾는 사람이 줄어든 만큼 활기를 잃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청량리4구역이 사업시행계획을 인가 받은 것은 의미가 크다. 토지등소유자 방식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인 만큼 드디어 본격적인 사업진행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량리4구역은 정비사업 시장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989.96%라는 어마어마한 용적률 등을 바탕으로 63층 건물 1동과 64층 건물 1동, 65층 건물 2동, 45층 복합시설 등이 지어질 예정이다. 사업이 완료된다면 임병억 위원장의 바람처럼 서울 동북부는 물론 나아가 한국의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조금은 낙후된 듯한 이미지의 동대문구가 이미지를 쇄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벌써부터 조금씩 엿보이고 있다. 임병억 위원장은 “청량리4구역 일대는 대부분 주거용 주택이 아닌 탓에 전세를 안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었다”며 “이로 인한 부담감 탓인지 매매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업지역 치고는 공시지가 또한 낮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청량리4구역이 사업시행계획을 인가 받으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인가 후부터 추진위원회에 매입 등을 문의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재 구역 내에 위치한 집창촌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진행이 힘들어 지진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이에 대해 임병억 위원장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의 청량리 윤락가는 성매매특별법의 발효로 조금씩 시들어 가고 있는 여느 집창촌 형태의 윤락사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임병억 위원장이 “윤락업주 또한 사업자인 만큼 개발 후 새로운 사업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주민들도 대체로 사업진행을 환영하고 있다. 임병억 위원장은 “총회를 개최하면 보통 60~70%의 토지등소유자들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이 높고 많은 사람들이 주거환경의 변화를 환영하고 있다”며 “오히려 세입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로 인한 잡음이 발생될까 우려된다”고 말한다. “구역 내 여인숙 등에 장기 투숙하는 투숙객들이 한 곳에서 오래 생활을 하다 보니, 자신들이 세입자인 것으로 착각해 이주비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는 것. 정비사업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실소(失笑)가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또, 이와는 별개로 구역 내 모 교회가 복지의 측면에서 노숙자 및 실직자 등 200여명을 수용하면서 해당 교회로 이들을 주민등록한 것도 숙제라면 숙제다.

“우리 구역 주거환경의 변화를 위해 10년 동안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현재에 이르게 됐습니다. 사업시행계획이 인가돼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어깨가 무거워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부터 저를 비롯한 토지등소유자들을 위해 더욱 바쁘게,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업무를 진행하려 합니다.”

인터뷰 도중 추진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한 한 토지등소유자는 임병억 위원장을 두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순리에 맞고, 정확하게 일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 한다. 임병억 위원장이 그동안 청량리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어떻게 이끌어 왔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와 ‘과거 보다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임병억 위원장의 다짐이 향후 청량리4구역 일대를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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