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법무사법인 기린 전연규 대표법무사
법무사법인 기린 전연규 대표법무사

정보공개청구와 관련한 조합 및 기타 사업시행자의 문의는 모든 자문 요청내용 중 가장 빈도수가 높은 편이다. 아무래도 쉽고 단순한 내용이면서도 가장 문제가 많이 되며, 조합임원들의 형사처벌까지 예정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해서다.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도8981 판결에서는, 정비사업의 투명한 추진과 조합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관련 조항이 신설된 것이라는 법령 취지를 근거로,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현행 제124조 제1항) 및 제86조 제6호(현행 제137조 제12호)에서 말하는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해 공개해야 할 서류 및 그 관련 자료’의 의미를 다소 넓게 해석하고 있다.

또한, 실제 조합임원의 피고소 사건을 통한 수사기관의 태도 및 하급심의 태도를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조합은 조합원들이 공개청구하는 정보를 ‘주민번호 뒷자리’를 제외하곤 거의 전부 공개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관련 자료’라는 것은 무엇인가?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94조 제1항에서 일부 항목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예를 들어 서면결의서 또는 감정평가서 등도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위 대법원 판결 및 서울행정법원 2006. 5. 23. 선고 2005구합33241 판결 등)임을 고려할 때, 사법부가 정보공개청구의 범위를 위 시행령 상 항목으로 한정해 해석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최근의 대법원 판결(2022. 1. 27. 선고, 2021도15334 판결)에서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근거해 “자금수지보고서 및 속기록은 도시정비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공개대상 서류의 ‘관련 자료’가 아니다”라고 판시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도시정비법에서는 ‘공개대상 서류의 관련 자료’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있으며, 대법원 또한 명확한 해석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필자로서도, 도시정비법의 정보공개청구가 상당한 문제가 많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관련한 조합의 자문요청에 대해 “전부 공개해야 한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관련 자료’의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도시정비법이 전혀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볼 때 관련 법령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석해야만 조합임원들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현행 도시정비법상 정보공개청구는 다수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조합원의 알 권리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내세워, 조합 내 일부 사업시행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조합임원들을 형사처벌 받게 하거나 조합원들의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악용하는 경우가 매우 많고, 다른 조합원들의 전화번호나 개인 재산 내역 등 자료가 마구잡이로 공개되는 등 개인정보침해의 문제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조합원의 알권리가 무한정 확장될 수는 없다. 다른 조합원들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기본권(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역시 매우 중요하고, 도시정비사업의 투명성과 공공성 등을 위해 도입된 정보공개청구 제도가 죄형법정주의의 본질을 해쳐서는 안 될 일이다.

나아가 헌법은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헌법상 기본권도 제한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헌법 제37조 제2항).

그 밖에 정비사업의 시행자는 사업시행 과정에서 협력업체 및 시공사, 관할관청과 무수히 많은 서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고,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사업의 자금관리와 자금 집행 내역은 사업시행자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이며 특히, 민간사업시행자인 조합의 경우엔 위와 같은 막대한 양의 정보를 모두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란 매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한다.

결국, 도시정비법에서 ‘관련 자료’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하고, 사법부에서 제시된 ‘관련 자료’를 한정 해석해 도시정비법상 정보공개청구 제도가 조합임원들을 형사처벌 받게 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것이다.

나아가 사업시행에서 조합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관련 자료의 항목을 합리적으로 설정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조합 내부에서 벌어지는 불필요한 논쟁과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도시정비법에서 규정하는 정보공개청구 제도는 반드시 수정·보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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