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전국 평균 주택보급률은 이미 오래 전에 100%를 넘었다. 서울과 경기도가 100%에 약간 못 미치고 있지만, 사실상 이제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택문제가 주요한 사회문제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주택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치며, 전․월세 난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의 최대 고민도 ‘집’이다. 결혼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이고, 결혼을 하더라도 신혼생활을 즐길 여유도 없이 이사 걱정부터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신혼집을 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심리 가운데 하나가 아파트를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뿐만이 아니라 생애 최초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난다.

대도시 어디를 가든 고층군락을 이루는 대형 아파트 단지가 빽빽하게 들어선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아파트가 주택유형의 ‘대표’가 된지 이미 오래이니 ‘아파트 장만 = 내 집 마련’이라는 등식이 사람들 의식에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주택 구입의 최우선 순위로 아파트만을 고집하는 것이 그리 바람직한 노릇은 아니다.

주택은 일반인들이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클 뿐만 아니라 반영구적이다. 한번 선택하게 되면 쉽사리 바꾸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잘’ 선택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도 적지 않다. 게다가 대개의 경우 100% 자기 자본만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융자’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 더더욱 선택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데, 아파트만 고집할 경우 선택의 폭이 좁아져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험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아파트를 고집하는 심리의 기저에는 ‘주택’과 ‘주거’의 혼동 및 ‘투자’와 ‘주거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욕심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주택이란 물리적 건물 그 자체만을 의미하지만, 주거란 사람이 생활을 영위하는 장소 및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활까지 모두 포함한다. 즉, 주거란 물리적 주택의 범위에 취침·취미 등의 개인 생활, 식사· 휴식·여가 등의 가족 공동생활, 접객·사교 등의 친교활동과 공동체로서의 지역 생활을 포함한 사회생활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활의 장소로 개념 지을 수 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주택’보다는 ‘주거’의 개념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내 ‘집’을 장만할 때는 ‘주택’뿐만 아니라 ‘주거’의 질까지도 고려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는 주택이라는 물리적 공간만 염두에 두기 쉽고, 결국 주거 개념이 소홀해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과 부합되지 않는 공간으로서의 주택만 남게 될 소지가 있게 된다. 그리고 이는 보기에는 ‘멋있고 비싼’ 옷일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 되어 장롱 한쪽에서 케케묵어가는 천덕꾸러기 신세와 다름없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편, ‘투자’ 개념에서의 주택 마련도 이젠 제고되어야 할 때이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다면, 이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매입하기만 하면 ‘프리미엄’이 붙고,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해 ‘이익’을 보던 시대는 지났다. ‘투자’보다는 ‘주거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내 집 마련에 있어 직장과의 근접성이나 주변 편의시설, 교육환경뿐만 아니라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 등 주거형태에 대한 고려도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줄어드는 것이고, 주거의 질이나 만족도 역시 높아질 수 있게 된다.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대표적인 주택유형의 장단점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주택은 크게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으로 나뉜다. 공동주택은 아파트나 연립, 다세대주택을 말하며, 단독주택에는 우리가 흔히 보는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이 속한다. 일반인들이 헷갈리는 주택유형이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이다. 건축법상 다가구주택은 1개 동의 연면적이 660㎡이하로서 19세대 이하가 거주하는 주택을 말한다. 세대별 구분등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집주인이 1명이다. 반면 공동주택에 속하는 다세대주택은 1개 동의 연면적이 660㎡이하이고 세대수가 19세대 이하라는 점은 다가구주택과 같지만 3층 이하인 다가구주택과 달리 4층까지 건축할 수 있고, 아파트처럼 세대별 등기가 가능하다. 흔히 ‘빌라’라고 부르는 주택유형이 다세대주택이다. 참고로 지금은 대부분이 재건축되어 사라지고 있는 주택유형이 연립주택인데, 연립주택은 1개 동의 연면적이 660㎡를 초과하는 4개 층 이하의 주택을 말한다.

다가구주택은 전․월세가 비교적 저렴하고, 관리비가 없거나 적어 주거유지비가 적게 드는 장점이 있지만 주차장 부족 등 주거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다. 다가구주택과 비슷한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주택가격이나 전․월세 부담이 적은 대신 다가구주택과 마찬가지로 주차장 부족 등 주거여건이 떨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근래에 지어진 다세대주택은 필로티구조 채택 등 주거여건을 상당부분 개선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연립주택은 소규모 아파트와 비슷한 형태로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에 버금가는 인기를 보였었다. 다가구나 다세대보다 주차장이나 주거여건이 좋고, 주택가격이나 관리비 등이 아파트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신축연립이 아닌 이상 대부분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고, 재건축시에도 대지지분이 적어 현재는 그리 선호되지 않는 편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는 주거여건이 아파트를 능가하는 고급 연립주택도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단독주택’이라고 부르는 주택은 규모가 천차만별이고, 가격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소규모 단독주택 밀집지역은 대부분 재개발구역에 속해 열악한 주거환경에 비해 주택가격이 높은 반면 전․월세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고, 대형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가격이 높다. 1세대만 거주하는 단독주택은 층간소음 등 이웃과의 갈등 소지가 적어 주거만족도가 높은 편이지만, 편의시설 등 주변여건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비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아파트라고 모두 다 좋은 것은 아니고, 다가구나 다세대다로 모든 게 다 불편하고 열악한 것만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주거의 형태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주택의 유형도 달리 생각하는 것이 주거만족도를 높이는 길이다.

참고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출생아수가 단독주택, 다세대와 연립주택, 아파트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결혼 이후 주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 출산이 촉진되고 불안정할수록 억제된다는 것이다.

주택 유형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질 때, 내 삶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한번쯤 생각해보았으면 싶다.

- 본 칼럼은 대한제당 웹진 2015년 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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