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기 더욱 힘들어진 내 집 마련

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현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면서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냐 아니냐를 두고 낙관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여전히 비관론과 신중론에 대한 지지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각종 언론의 기사에서 주택가격이 상승 기류를 탄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 자주 보이면서 주택 매입 시기를 저울질하던 실수요자들을 흔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묘한 기사 두 가지가 떴다.

첫 번째 기사는 ‘지난 9월 현재 전국 6개 광역시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2억 원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2억 57만원으로 국민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2억 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란다. 올 들어서만 684만원이 올라 전국 평균보다 172만원이 더 올랐다고 한다.

두 번째 기사는 ‘3.3㎡당 분양가가 5,000만원에 달하는 아파트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의 112㎡A형 일반분양 가격이 5,000만원에 책정되었음에도 7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물론 이 타입의 일반분양이 겨우 1가구였으니 71대1이라는 경쟁률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112㎡형 분양가가 3.3㎡당 4,992만원으로 책정됐고, 평균 경쟁률도 17대1이 넘었다. 이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 4,130만원도 일반 아파트로는 최고가이다.

그동안 내 집 마련의 시기를 저울질하던 실수요자들이라면 이런 기사를 접할 때 ‘지금이라도 사야 되지 않을까’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르고, 청약 경쟁률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이 두 기사에 ‘여전히 주택가격이 낮고 미분양이 되는 아파트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불편한 현실이 가려져 있다.

근래에 들어 강남권 신규 분양 아파트들이 평균 10대1을 훌쩍 넘는 경쟁률을 보이면서 ‘100%’ 1순위로 마감되고 있지만, 비강남권은 평균 2대1을 넘기지 못하고 있고, 강북지역은 3순위에서나 간신히 마감되거나 아예 미분양 되는 등 서울지역 신규 분양시장은 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강북 등 비강남권도 부동산시장 침체시기와 비교하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는 청약결과이지만 강남권과 비교하면 크게 뒤진 모습이다.

서울과 지방,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과 강북의 주택가격은 앞으로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실제로 9월말 기준으로 전국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845만9,000원이고, 서울은 1,940만 4,000원이다. 서울 강남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아파트의 분양 계약금(아파트 분양가격의 10%)만으로도 6개 광역시에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고, 강북지역에서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팔아봐야 강남에서 같은 면적 아파트의 전세가격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강남지역 한 재건축 단지의 사업설명회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거기서 만난 주민들은 최근 강남권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보이는 것에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었다. 그동안 재건축사업 추진을 둘러싸고 내부 분쟁으로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던 이 단지는 주민들 사이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생각이 팽배해지면서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만난 강북지역 재개발 조합장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얼마 전 분양에서 일부 타입의 미분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분양했다가 대거 미분양 되면서 곤혹을 치렀던 인근 지역에 비해서는 양호한 성적이었지만, 최근 활발해지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에 걸었던 기대에는 못 미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약경쟁률과 실제 계약률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 미분양이 비록 일부 타입이기는 하지만 계약에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해 걱정이 안 될 수 없는 형편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누군가 “지금 집을 사는 게 좋을까?” 하고 물으면 “대출을 과도하게 받지 않아도 된다면 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해줬었다. 주택가격이 바닥을 찍었느냐 아니냐에 따른 판단이라기보다는 전세나 월세의 ‘공포’에 시달리기보다는 주택가격이 하향세인 시점에서 사는 게 그에겐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될 것이라 봤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또 다른 누군가 “지금 집을 파는 게 좋을까?”라고 물으면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적다면 여유를 갖고 조금 더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답해줬었다. 급하게 팔아야 할 경제적인 사정이 아니라면 굳이 하향기에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주택가격은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 간극의 접점에서 형성된다. 다만, 주택이 태부족이던 시절에는 ‘사자’와 ‘팔자’ 사이의 간극이 넓었고, 또 사려는 사람의 간절함이 컸기에 내 집 마련 자체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주택보급률 자체가 전국적으로 100%를 넘어섰고,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타입과 조건의 임대주택이 보급되는 등 ‘사자’와 ‘팔자’의 간극도 좁혀졌고, 내 집 마련에 대한 절실함도 상대적으로 옅어졌다.

문제는, 이젠 내 집을 마련하느냐 못 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살 것이냐에 대한 간극이 더 벌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쉽지만 이 간극은 앞으로도 더 벌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당첨금 100만원인 주택복권이 내 집 마련의 ‘상징’처럼 여겨졌었건만, 지금은 평균 1등 당첨금 10억 원이 넘는 로또에 당첨되더라도 대출을 받지 않고서는 강남에 집을 마련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 지방에서 특별시인 서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선을 넘어서야만 하고, 강북에서 강남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한강이라는 건널 수 없을 만큼 넓은 강을 건너야만 하는 것이다.

특별시를 고집할 것이냐 말 것이냐, 또는 강을 건널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고민에서 조금만 자유로워도 주택 매입 기회는 한층 넓어지지만, 이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나 혹은 상승기라는 판단에서 ‘투자’ 차원에서 무리수를 둔다면 기회는 좁아지고 위험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언제나 내 집 마련의 적기는 필요성과 경제적으로 준비되어 있을 때이다. 정부의 정책, 언론의 기사나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만족할만한 결과를 낳기 힘들다. 모쪼록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몇 번이라도 꼭 되새겨보길 바란다.

- 본 칼럼은 대한제당 웹진 2014년 12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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