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김인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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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관계

원고는 천안시 소재 재개발 사업구역 내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재개발조합이다.

피고 천안시장은 2015년 7월 31일 참가인의 전신인 추진위원회에 대해 “▲토지등소유자 동의율 : 400명/529명, 75.61% ▲토지면적 동의율 : 6만2623.6㎡/8만5490.2㎡” 등을 이유로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설립 인가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했다.

 

∥ 원심 판단의 요지

이 사건 처분사유인 토지등소유자 동의율 400명/529명에서 동의자 수 10, 토지등소유자 수 5가 제외돼야 해서 동의율은 390명/524명, 74.4%가 되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도시정비법 제16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의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고, 이와 같은 하자는 중대·명백해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다.

 

∥ 대법원의 판단

행정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하자의 중대․명백 여부를 판별할 때에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고찰해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두19045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주장하는 소외 1, 소외 2를 비롯한 10인을 모두 동의자의 수에서 제외하더라도 조합설립 동의율이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1항이 정한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 동의율 요건에 상당히 근접한 이 사건에서, 위 토지등소유자를 동의자의 수에서 제외할지 여부는 그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으므로, 비록 피고가 이를 오인한 하자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춰보면, 조합설립에 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내지 동의율에 관해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이 사건 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 결론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로 확인되면 사업시행계획인가, 소유권 확보, 관리처분계획 등 그동안 진행된 정비사업이 법적 기초를 상실하게 돼 그로 인한 법적 파장이 매우 큰데, 행정소송법의 무효 등 확인소송은 취소 소송과는 달리 별도의 제소기간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조합설립동의율의 미달이 곧바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중대·명백한 하자를 구성함을 전제로, 조합설립 후 이미 오랜 시간 정비사업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설립인가의 무효가 다퉈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다만, 2019년에는 유효한 조합설립 인가를 전제로 후행 사업절차가 상당히 진행되고 다수인의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형성된 상황에서 제소기간에 구애됨이 없이 언제든지 조합설립인가의 효력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비사업을 둘러싼 법률관계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큰 점 등을 고려해 조합설립동의율이 법정 동의율에 근소하게 미달하는 사정만으로는 조합설립 인가의 하자가 중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전향적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으로 확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조합설립인가의 무효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속칭 ‘동의율 싸움’이 계속돼 판결에서도 법정 동의율의 충족 여부가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확인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돼 온 것이 현실이다.

위 대법원 판결은 실제의 조합설립 동의율이 법정 동의율에 다소 미달된다는 점만으로는 설권적 처분인 조합설립 인가의 중대·명백한 하자를 곧바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 이 판결로써 유효한 조합설립 인가를 전제로 후행 사업절차가 상당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미세한 정도의 동의율을 다퉈 정비사업을 뒤흔들려는 시도가 줄어들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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