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지난해 말, 리모델링을 할 때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더니 이번에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아연 활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규제완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유명무실해진 분양가 상한제와 금융관련 규제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그동안 재건축을 어렵게 만들던 대부분의 규제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참여정부 시대인 지난 2006년에 도입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개발 효과로 발생하는 가치 상승을 ‘초과 이익’으로 간주, 강제로 환수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재건축 완료시점을 주택가격에서 재건축 개시시점의 주택가격과 정상적인 주택가격상승분 및 개발비용을 뺀 금액에 최대 50%까지의 부과율을 곱한 금액을 환수하는 것이 초과이익 환수제이다. 당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의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였다.

재건축은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되지만, 실제 재건축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돈’이다. 낡고 비좁은 주택을 새로 지음으로써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부동산 가치상승을 도모할 수 있기에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이다. 투입되는 비용보다 가치상승이 적다면 당연히 재건축 욕구는 자라날 수 없다. 초과이익 환수제는 이렇게 상승하는 가치를 주민들로부터 강제로 빼앗는 셈이었기에 도입 당시부터 강한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가 현재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재건축을 화들짝 깨울 만큼의 효과를 가져 올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지 활성화 대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자들의 수세적인 심리로 인해 실제 주택거래가 활발해지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가 자명종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정부는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와 함께 재건축 소형주택 공급 의무비율 개선과 조합원 신규분양 기회 확대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재건축 사업시 과밀억제권역에서는 전체 세대수의 60% 이상을 85㎡ 이하 주택으로 건설하되, 이 범위 내에서 60㎡ 이하의 소형주택 비율을 시도 조례로 별도로 규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소형주택 공급 의무는 실질적으로 재건축, 특히 강남권 재건축을 옥죄어 온 규제였다. 강북지역의 재건축은 소형주택 공급 의무가 없던 시절에도 중소형 평형 이하로 건립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형평형에 대한 선호도가 낮기 때문에 분양성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중소형 평형으로 건립해왔다.

그러나 강남권은 상대적으로 대형평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분양가도 소형평형에 비해 대형평형이 더 높아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중대형 평형으로 재건축했다. 소형평형 공급 의무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게는 수익률 저하의 주범이었던 셈이다.

소형평형 공급 의무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을 어렵게 만든 원인은 또 있다. 공급비율을 맞추다 보면 기존 평형보다 더 좁은 평형으로 입주해야 하는 사례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른 저밀도지구들이 모두 재건축을 완료한 지금까지 반포 주공아파트가 재건축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른 저밀도지구와는 달리 기존 평형 자체가 넓은 세대가 다수 존재하는데, 소형평형 공급 의무비율을 적용할 경우 기존보다 좁은 주택으로 입주해야 하는 조합원이 다수 발생하게 되니 재건축 동력 자체가 제대로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 방침대로 국민주택규모 이하 건설비율 등 최소 제한만 남기고 기타 소형평형 공급비율 등을 별도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폐지, 시장상황에 맞게 규모별 주택건설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겐 더 큰 호재가 없게 된다. 이번 대책에 대해 ‘강남민원 해소’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편,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안에서 이뤄지는 재건축에 대해서는 소유 주택수와 상관없이 1가구 1주택만 공급이 가능했다. 2이상의 다주택 소유자는 1채만 공급받고, 나머지는 현금청산을 받아야 했다. 이를 조합원이 원하는 경우 보유한 주택수만큼 공급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초과이익 환수제를 비롯한 일련의 재건축 규제들은 그동안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려는 움직임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이런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가 강남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여타 지역의 반응은 생각보다 폭발적이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런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한 것은 강남권에서 촉발된 주택거래 활성화 물결이 여타 지역으로 흘러넘치기를 기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활발해지면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는 전월세 가격 상승을 안정궤도로 진입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기저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꽃소식보다 먼저 들려온 재건축 봄소식이 재건축 단지들에게 실제 따사로운 봄날을 가져올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본질적으로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을 했고, 여전히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재건축 규제는 주택시장의 왜곡을 불러왔을 뿐 결코 안정화는 가져오지 못했고, 따라서 규제 만능주의를 벗어던져야 한다는 교훈만 남았다.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주택시장 안정화가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라 본다.

- 본 칼럼은 대한제당 웹진 2014년 3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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