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리모델링이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해 대수선 또는 일부 증축하는 것으로 지난 200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이다. 지은 지 오래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재투자함으로써 부동산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제2의 건축”이라고도 한다.

주택의 리모델링은 효율적인 공간 확보와 생활동선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한정된 주거공간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통상 공동주택의 리모델링은 지어진지 15년 이상 된 것을 대상으로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 말도 있는데, 십수 년 전에 지어진 주택이 요즘 트렌드에 어울릴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리모델링은 바뀐 생활문화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구성원의 편의를 도모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 뒤에 부동산가치를 보존 내지 상승시키고자 하는 현실적인 욕구가 사실상 리모델링을 유발시킨다. 분명 리모델링은 새로운 디자인과 건축마감재를 써서 새롭게 단장한다는 점에서 낡은 주택을 새 주택처럼 만드는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유용한 재테크수단일 수 있다. 대개의 상업건물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기존 건축물의 뼈대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시공하기 때문에 새로 짓는 것에 비해 공사비가 훨씬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공동주택의 리모델링은 재건축이 규제받으면서 촉발됐다. 재건축 대상이 될 수 있는 공동주택의 년차를 대폭 높이다 보니 그동안 알게 모르게 재건축을 염두에 뒀던 고층아파트들이 십여 년 이상을 더 기다리게 됐다. 재건축을 하기에는 건립연한이 되지 않았거나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힘들기 때문에 현재의 주택 가치를 올리는 재테크 수단으로서 리모델링에 눈을 돌리게 됐던 것이다.

그런데, 공동주택의 리모델링은 상업건물과 차원이 다르다. 일반 상업건물에 비해 공사의 난이도가 훨씬 높다. 게다가 거주하고 있는 주민의 이주대책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비록 재건축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지만 그렇다고 확연하게 적은 것도 아니다.

‘뼈대’만 남기고 고스란히 해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뼈대에도 각종 보강공사를 해야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게다가 뼈대를 남긴 채 지하주차장 공사를 하다 보니 이래저래 공사비가 만만치 않다. 한때 재건축이 규제받으면서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올랐다가 곧 잠잠해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소강상태에 빠져 있던 리모델링이 최근 다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국회가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된 <주택법>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는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최대 3개 층까지 수직증축이 가능해지고, 가구수도 기존 10%에서 15%까지 확대할 수 있다. 공동주택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자 분당 등 1기 신도시와 강남권의 일부 아파트 등 그동안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었던 곳이나 추진하려던 단지들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분당 등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들의 주택가격이 최근 한달 사이에 3,000만원~4,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매물을 내놓았던 소유주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올린 가격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 그렇다면, 진짜로 리모델링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일까? 리모델링이 재건축이 대안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리모델링 대상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쉽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이제 겨우 창문 하나가 열렸을 뿐이다.

물론 이번 수직증축 가능 등으로 인해 리모델링 추진시 기존보다 20% 이상 주민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담이 줄어들었으니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기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는 ‘예상’이지 ‘확정’은 아니다. 공사와 사업추진 과정에서 예기치 못하게 비용이 상승할 수도 있다. 게다가 수직증축은 수평증축보다 20% 이상 공사비가 더 든다.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비용도 증가하는 셈이다.

설령 예상처럼 부담이 줄어든다고 해서 리모델링 후의 재산가치가 투입비용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리모델링 이전보다 가치가 상승하기는 하겠지만 투입비용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고, 시장에서 주민들이 기대하는 가치 이상으로 거래가 될 지도 여전히 미지수이다.

리모델링으로 건물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단지 배치 자체에 변화가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오히려 기존 위치에서 위와 옆으로 퍼진 구조가 되기 때문에 경관상이나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리모델링을 하면 옆 동 사람과 베란다에서 악수를 나눌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안전 문제 역시 리모델링의 약점이다. 수직증축 허용 법안 통과가 오래 걸렸던 것도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비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기초·벽체 보강으로 구조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범위를 고려해 수직증축 범위를 최대 3개 층으로 제한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소비자들이 새 아파트와 리모델링 아파트를 놓고 비교한다면 어떤 곳을 우선적으로 선택할지는 자명하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재건축단지들도 사업성이 잘 안 나와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개 층 수직증축 허용만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잘 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리모델링은 결코 재건축의 ‘대안’이 아니다. 진짜 리모델링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최초 지을 때부터 리모델링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서 건축법 시행령에서도 리모델링에 용이한 구조를 ‘각 세대는 인접한 세대와 수직 및 수평으로 전체 또는 부분 통합을 할 수 있을 것, 구조체와 건축설비, 내부 마감재료와 외부 마감재료는 분리할 수 있을 것, 개별 세대 안에서 구획된 실의 크기에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하고, 마감재료·창호 등의 구성재 교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지었을 때 추후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비용과 시간,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쉽다.

공동주택의 리모델링 시대는 활짝 열린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첫 발을 떼었을 뿐이다.

- 본 칼럼은 대한제당 웹진 2014년 2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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