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어려운 토지주 설득 과제 … 공공의 역할 필요”

정부는 지난 8월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8.16대책)’을 통해 ‘도심복합사업’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2.4대책에서 도입된 공공시행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이하 공공복합사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민간이 시행하는 새로운 사업수단인 ‘민간도심복합사업(이하 민간복합사업)’을 도입하겠다는 것. 지난 정부에서 도입된 공공복합사업의 경우 공공 주도 시행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과 공공시행자의 제한된 역량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민간복합사업

- 사업 시행자 : 기본적으로 토지등소유자의 2/3 이상이 동의할 경우 추진가능하며, 크게 리츠 방식과 신탁형 방식 등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

‧ 리츠 : SPC에 토지주, 디벨로퍼, 금융기관 등 출자(토지주 비율 50% 이상)

신탁 : 신탁사에 토지를 신탁해 사업시행(신탁사가 사업‧시공 관리)

 

- 사업입지, 유형 : 도심, 부도심, 노후역세권, 준공업지역 등에 집중적으로 지정될 예정이며, 입지에 따라 ‘성장거점형’과 ‘주거중심형’으로 구분됨.

‧ 성장거점형 : 편리한 교통으로 상업·문화 등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지역이나 저이용·낙후돼 혁신적인 개발이 필요한 지역(입지요건에 따라 업무·문화·숙박‧산업시설 등 다양한 기능을 복합개발)

주거중심형 : 노후도 60% 이상 역세권, 준공업지 등

 

- 인센티브 및 공공기여 : 사업촉진을 위해 공공복합사업 수준의 용적률, 세제혜택(양도세 이연 등), 공원·녹지기준 완화(세대당 2㎡) 등의 인센티브 제공.

또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공급주택 일부는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등으로 기부채납하는 등 토지주와 민간사업자의 개발 이익을 ‘적정수준’으로 환수할 예정.

그렇다면 앞으로 도입될 민간도심복합사업은 구도심들의 정비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지난 8월 22일 건설동향브리핑 정책동향 ‘민간도심복합사업, 노후 시가지 정비 판도 바꿀 수 있을까’를 통해 만간도심복합사업이 미칠 영향과 과제 등에 대해 살펴봤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정비사업 단점 보완 가능할 것

정비사업의 가장 일반적인 시행방식인 조합이 단독으로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은 사적자치원리 구현 등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구조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 비전문성 : 조합방식은 경험과 전문성이 낮은 토지주들이 조합을 구성해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구조인데, 조합 임원의 자격 요건 등 여러 구조적 원인으로 인해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갖춘 사람을 조합장으로 선출하기 어려움. 이로 인해 사업추진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조합 집행부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조합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이 내려지기도 함.

- 사업비 없이 토지 등만 확보해 시작 :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동의율 확보, 총회 개최, 추진위·조합 운영, 협력업체 비용 지급, 시공 등 외에도 종종 발생하는 소송 등에 대응하기 위한 상당한 사업비가 필요함.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은 대게 지자체 또는 협력업체에게 사업비를 대여하거나 외상으로 진행 후 시공사 선정 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 이로 인해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기변동이나 소송 등 여러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 역량이 제한되고, 또 때때로 사업비를 대여해준 업체에 끌려 다니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합 임원과 업체와의 유착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함.

- 신속한 의사결정 제약 : 조합방식사업의 의사결정 구조는 기본적으로 1인 1표제 방식으로 운영됨. 이로 인해 ‘대지주’에 의한 ‘소지주’에 대한 강압적 의사결정 가능성을 방지하는 장점은 있으나, 동시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단점도 공존함.

또한 기존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옛 도시환경정비사업)은 효율적 의사결정과 절차 간소화를 위해 20인 이내의 토지주가 조합설립 없이 시행하는 ‘토지등소유자방식’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 소규모 블럭단위를 넘어서는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한편, 리츠 방식의 민간도심복합사업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현 조합방식의 정비사업(특히 재개발사업)의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벨로퍼, 금융기관이 자본을 출자하고 이사회 멤버로 참여할 뿐 아니라 사업시행 역량을 갖춘 전문기관(AMC)이 사업을 시행해 나가는 만큼 전문성 및 사업비와 관련한 단점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출자 규모에 따라 의결권이 배분되는 만큼 ‘1인 1표제’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도 상당 부분 보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주 출자 비율을 50% 이상이 되도록 한 만큼 토지주들의 의사와 이해에 반하는 의사결정이 되지 않도록 해 조합방식의 취지와 장점을 상당 부분 유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이 방식이 기존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구역 대상지(상업지역, 준공업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면, 효율적인 의사결정이라는 장점은 살리면서도 큰 규모의 구역에서도 사업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업구조 설계에 따라 상업시설 운영에 전문성 있는 기관도 참여할 수 있는 등 시행뿐 아니라 완공 후 운영까지도 고려한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공공복합사업 수준의 인센티브가 제공될 뿐 아니라 필요시 입지규제최소구역에 상응하는 혜택도 제공될 예정으로, 향후 공공기여 및 이익상한제 조건이 구체화 돼봐야 판단이 가능하겠으나, 특히 서울시 기준으로 보면 이는 기존의 정비사업에 비해 파격적 수준의 용적률 인센티브로 민간 사업시행자에게 매우 매력적인 조건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현재 서울시 내 정비사업(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은 기본적으로 용적률 210%(기준용적률)에서 시작해 친환경 건축 등 시책에 부합하게 조성하고, 여기에 더해 상당한 토지, 공공시설, 임대주택 등을 공공에 기부채납 또는 저렴한 가격에 매각해야 용적률 300%(법적상한용적률)로 건축 가능한 반면, 공공복합사업은 시책을 따르거나 공공기여를 하지 않아도 300%에서 시작할 뿐 아니라 최대 500%까지 용적률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 극복해야할 과제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민간복합사업은 기술적으로 현 정비사업의 구조적인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고, 인센티브 또한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기존 조합방식에 비해 복잡한 구조화금융 수단이 적용되는 만큼 토지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주 설득에 활용할 수 있는 성공사례가 없는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낮은 민간기관이 토지주에게 리츠 구조와 사업방식, 정비사업 대비 장점, 기대이익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등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켜 동의를 구하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

여기에 더해 민간복합사업은 공공복합사업에 비해 공공기여 조건이 강화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토지주를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간복합사업이 초기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토지주의 동의를 끌어내고, 동시에 토지주의 권익을 (일정 부분) 보호하는 데 있어 공공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민간복합사업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조속히 여러 성공사례가 나와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상당한 인센티브 제공으로 인한 기존 정비사업과의 형평성 문제 ▲개발이익 관련 사회적 논란 ▲시행 과정에서 전문지식이 부족한 토지등소유자 지원 및 타 출자기관들과의 갈등 가능성 ▲소수지분 소유자의 권익 보호 등과 관련해서도 추가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도시정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