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신한피앤씨 강신봉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주)신한피앤씨 강신봉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주)신한피앤씨 강신봉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국내 광역시ㆍ도 중 재개발사업이 가장 많은 지역은 역시 서울이다. 재개발ㆍ재건축을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도 서울에서 시작됐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포커스 또한 서울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재개발사업은 특히 서울시 내 주택공급에 큰 역할을 했다. 주택을 새롭게 지을 수 있는 택지가 부족한 서울의 특성상 기존의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단지를 조성하는 재개발사업이야말로 사실상 유일한 주택공급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공공재개발사업이 필요했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민간의 재개발사업이 10여년 가까이 정체되면서 원활한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노후 주거지를 재개발하지 않으면 신규 공급을 할 수 있는 땅이 부족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재개발구역들이 일부 개발 반대 논리에 밀려 사라져갔고, 그 지역에 신축 빌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게 됐다.

무엇보다 문제가 된 것은 민간 재개발의 정체가 필연적으로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고, 공급 부족이 주택시장 과열로 번졌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가장 단기간에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각종 부동산대책으로 발표됐으며, 그 중 하나로 공공재개발이 본격화 됐다.

정부가 지난 2020년 5월 6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 같은해 8월 4일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태공급 확대방안’, 지난해 2월 4일 발표한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공공주도 3080+)’, 올해 8월 16일 발표한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 등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대책에서 재개발사업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공공재개발사업이다.

정부가 제시한 각종 부동산 대책을 보고 있자면 금방이라도 주택이 공급될 것 같은 기대가 생기곤 했는데, 특히 공공재개발사업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것보다 높았다.

비록 ‘공공’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의 ‘활황’을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이 따로 있을 수 없었다. 특히, 공공재개발사업은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완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통합 심의로 신속한 인허가 등 그동안 민간 전문가들이 수없이 외쳤던 공급 활성화를 집약해 놓은 것과 같았다.

절차는 다소 생소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후보지 선정, 주민설명회, 준비위원회 구성, 지원 약정체결, 동의서 징구, 사전기획, 정비계획 수립, 시행자 지정, 주민대표회의 구성,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 및 철거, 착공, 분양, 준공 및 입주, 청산 등 큰 절차는 기존 조합방식에 비해 조금 간소화된 느낌이다.

하지만, 처음 공공재개발사업에 대해 가졌던 기대에 비해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이유일까.

첫째, 공공재개발사업의 강력한 대안이 등장했다.

한때 공공재개발사업은 가장 큰 혜택이 주어지는 사업방식으로 여겨졌지만, 서울시의 정책변화 중 하나로 ‘신속통합기획’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정비사업 방식이 나오면서 위치가 모호해졌다.

신속통합기획은 기존 공공재개발에 못지않은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통합 심의 등 신속한 인허가,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상향 등이 신속통합기획에서도 인정되고, 분양가 상한제 또한 완화기조에 있어서 공공재개발사업만 강력한 장점을 갖는 것이 아니게 됐다. 토지등소유자들로서는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렇다. 공공재개발사업만이 아니라 신속통합기획도 하나의 대안이 된 것이고, 오히려 ‘공공’으로 칭하는 불편해 보이는 사업방식이 아니라 익숙한 방식, 조합방식의 신속통합기획이 더 매력적인 방식으로 대두됐다.

실제로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하다가 시범지역으로 탈락하면 공공재개발로 재추진하거나 공공재개발 탈락시 신속통합기획으로의 추진 등 선택의 문제가 돼 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 없는 선택은 공공재개발사업의 고유 영역이 침해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공재개발사업의 숙제가 있다.

둘째, 투기방지의 딜레마다.

누구나 투기방지 대책에 동의 한다. 그렇지만 정작 나의 분양권이 제한되거나 거래에 지장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또한 권리산정기준일 시점에 준공과 등기까지 완료되지 않은 신축 건물 소유자의 저항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셋째, 협력업체 선정 방식의 문제다.

공공재개발사업은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 주민대표회의가 구성되는데, 시공사 외에는 협력업체 선정 권한이 없다. 즉 소유자 자신을 대변할 업체 선정을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남을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도 공공재개발은 적극적인 영업대상이 될 수 없다. 선정권한이 없는 주민을 대상으로 영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신속통합기획은 조합이 설립되기 때문에 협력업체 선정 권한이 조합에 있다는 점이 공공재개발사업과 큰 차이점이다.

넷째, 준비위원회 내부적인 갈등은 공공재개발도 예외가 아니다.

준비위원회 내부적인 주도권 다툼, 준비위원장의 해임 등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 공공재개발사업을 열심히 추진하다가 후보지에서 탈락하면 개발 동력이 떨어져버리고 갈등이 시작되는 문제도 있다.

그렇다면 민간과 공공이 함께 상생하고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공공재개발사업과 신속통합기획은 나름의 장점들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이 공공재개발 후보지,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를 선택지나 대안처럼 인식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공공재개발사업은 민간재개발사업으로 진행할 경우 사업성이 낮거나 공공의 개입으로 원활한 추진이 가능한 지역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마치 공공재개발과 신속통합이 편리한 선택지로 전락돼서는 안 될 것이다. 공공재개발사업의 대상지나 역할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공공재개발 후보지,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를 지정하는 방식도 검토해 봐야 한다. 특히 요건이 충족되면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후보지를 접수받아 인위적인 잣대로 지정하는 방식은 또다른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다.

공공재개발사업이 필요한 고유한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고유한 역할에 충실히 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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