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제도개편안은 사업자에게 부담 떠넘긴 것” 비판

▮ 주산연 “건축비 상한가격 현실화 시급”

 

재개발 임대주택 산정 기준 변경안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중인 가운데 해당 제도개선안과 임대주택 건축비 상한에 문제를 제기하는 학계의 의견이 잇따라 나왔다.

입법예고 중인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은 재개발임대주택을 기존에 세대수 기준으로 최대 20%(일정 조건 만족 시 최대 30%)까지 짓도록 한 것에서 연면적 기준을 추가해 세대수 또는 연면적의 20%까지(일정 조건 만족 시 최대 30%) 짓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 임대주택 급증 및 분양주택 감소로 사업성에 이중 타격

먼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건설동향브리핑 ‘재개발임대주택 제도변경안 … 우려와 제고 방안’을 통해 “현재 입법예고 중인 임대주택 제도개편안은 공공성 확대의 모든 부담을 사업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정비계획상 상한용적율에 맞춰 1000세대 규모로 추진 중인 재개발사업구역이 있고, 제도변경 전 기준으로 구역 전체의 평균 주택규모가 70㎡, 이 중 재개발임대주택이 전체 세대수의 15%인 150세대가 공급되고 평균면적이 45㎡로 계획 중’이라고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연면적의 15%’ 기준 적용 시 기존 ‘세대수의 15%’ 기준을 적용했을 때와 비교해 임대주택 공급 부담이 연면적 기준으로 약 56% 증가하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는 단순히 임대주택 공급 부담(수 또는 호당 면적)이 늘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재개발 임대주택도 주택용적률에 포함되는 만큼 재개발 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게 되면 그만큼 분양주택이 감소하게 돼 사업성에 이중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

즉,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원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해야할 뿐만 아니라(비용 증가), 기존의 세대수 기준으로 공급할 때와 비교해 분양할 수 있는 주택의 수나 호당 면적이 줄어 예상 수익이 줄어드는 영향(수익 감소)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재개발사업은 추가부담금 부담 여력이 낮은 조합원들이 많아 사업비 증가에 대한 민감도가 큰 경향이 있다. 제도변경안이 시행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증가하고 조합원 분양주택의 면적이 줄어드는 반면, 임대주택은 대폭 증가하게 돼 해당 단지의 시장 가치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조합원들의 불만과 조합 내부의 갈등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다시 ‘둔촌주공 사태’처럼 생각지도 못한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일부 지역은 사업성 훼손 및 추가분담금 문제로 인해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며, 결과적으로 주택공급 지연 및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지난 정부에서 분양가상한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 등 규제가 대폭 증가한 상황 속에서 최근 부동산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만큼 사업시행자의 부담을 추가적으로 대폭 증가시킬 수 있는 해당 개정안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며 “공공성과 포용성 증대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 나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거기에 수반되는 부담 대부분을 사업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게다가 이번 제도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주택공급 지연 및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취지와는 달리 사회 전체적으로 오히려 공익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또한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지나친 임대주택 부담 의무를 완화하는 동시에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하고 기본형건축비에 연동하도록 해 임대주택 건설에 최소한 ‘원가’ 수준은 지급해 줄 필요가 있다. 만일 표준건축비 현실화가 임대주택을 인수하는 지자체의 부담을 지나치게 높일 우려가 있다면,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하는 등 사업시행자의 부담을 경감해 줄 방안이 마련돼야할 것”이라며 “공공성 증대만 요구하는 것이 아닌, 반대급부도 함께 제공해 공공과 민간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 현재 건축비 수준으론 ‘임대아파트는 싸구려’ 인식 개선 불가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임대아파트의 건축비 상한가격에 문제를 제기하며 조속히 인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주산연에 따르면, 임대아파트 건축비 상한은 1999년 고시 당시만 해도 분양아파트 건축비 상한가격의 95%에 달했으나, 역대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을 이유로 적기인상을 기피해 현재는 55%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로, 상한가격(표준건축비)의 조속한 현실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분양아파트 건축비 상한가격은 1977년 최초 도입돼 1997년 외환위기 직후까지 운용되다가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활성화대책의 일환으로 1998년에 폐지한 바 있으나, 노무현 정부에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2007년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를 다시 도입하면서 재운용을 시작했다.

또한 임대아파트 건축비 상한가격은 주택기금과 임대료 책정기준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1999년에 최초 고시된 이래 지금까지 운용되고 있다.

특히, 역대 정부는 분양아파트 건축비 상한가격 재도입 이후 지난 15년간 기본형건축비를 총 32회에 걸쳐 70.4% 인상해오면서도 임대아파트 표준건축비는 임차인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두 차례에 걸쳐 21.8% 인상했다.

이와 관련해 주산연은 “임대아파트는 기초·골조·마감 등 대부분의 공사내용이 분양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건축비 인정기준이 너무 낮아 부실시공과 안전문제가 상존하고 ‘임대아파트=싸구려’라는 인식 개선도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면서 “정비사업시 의무건설 임대주택에 대한 공공매입단가도 조합원 부담 건축비의 55% 미만에 불과한 표준건축비를 적용해 건설과 매각지연 등 문제점이 큰 상태로, 민간사업자는 물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공기업조차도 적자누증문제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꺼리는 지경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산연은 “2010년 이후 분양아파트 대비 임대아파트 표준건축비가 75%선을 밑돌면서 표준건축비를 적용받는 임대아파트 건설물량이 급감하고,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 분양전환물량도 급감하고 있다”며 “시장경제원리에 전혀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임대아파트 표준건축비를 하루 빨리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산연은 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를 인상해도 기존주택 임대료와 물가상승률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대아파트 건축비기준을 인상해도 인상된 기준은 고시일 이후 신축 임대아파트에만 적용되는 만큼 기존임대주택의 임대료에는 전혀 영향이 없으며, 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상승률 중 임대료는 기존의 고정 표본만을 기준으로 조사하는 만큼 물가상승률에도 영향이 없다는 것.

주산연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건축비기준을 현실화하면 현재와 같은 주택시장 침체기에도 안정적인 주택공급물량 유지가 가능하고, 저렴한 임대료의 공공임대아파트 공급확대를 통한 임대료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정부는 임대아파트 표준건축비를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과감히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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