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interview - GS건설 신호준 부장

경험 진솔하게 풀어놓은 「도시정비사업 바로알기」 출간

 

모든 사업이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 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사업도 없을 듯하다. 토지등소유자 혹은 조합원 한명 한명이 사업주체인 만큼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는 이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정비사업은 토지등소유자 개개인이 자신의 집을 투자해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이슈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대개의 정비사업 현장에서 크고 작은 소음이 들리기 마련인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정비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수도 없다. 원주민 재정착률과 세입자 문제 등 이러저러한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현재의 정비사업 방식을 통한 주거환경개선이 필요한 지역이 존재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처럼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정비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보다 쉽게 풀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은 최근 정비사업 전문 출판기업 단미르가 출판한 「도시정비사업 바로알기」를 통해 어느 정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정비사업이 무엇이고,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알려주는 고리타분한 해설서나 이론서가 아니라 현장에 몸담고 있는 정비사업 각 분야 전문가들의 생생한 고민을 담은 경험서다.

GS건설 신호준 부장은 변호사와 정비업체 대표, 전문지 기자와 함께 이 책을 공동으로 펴냈다. 신호준 부장은 특히 정비사업 협력업체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설사에서의 오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비사업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한 노하우를 편안하게 풀어내 주목을 받았다.

GS건설은 높은 선호도를 자랑하고 있는 ‘자이’ 브랜드를 바탕으로 정비사업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관리하고 있는 정비사업장이 100여개를 넘는 우리나라 대표 건설사이다. 특히 GS건설 정비사업팀은 길게는 십 수 년 넘게 정비사업에만 전념해온 경험과 능력이 우수한 인력들이 두루 포진해 수주부터 관리까지 정비사업 전 영역에 걸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신호준 부장은 지난 1990년, 당시 럭키개발(현 GS건설) 주택영업팀에 입사한 후 2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주택영업팀, 기획팀, 재건축팀, 재개발팀, 정비사업관리팀, RM팀 등을 거치며 꾸준히 정비사업과 밀접한 활동을 펼쳐온 건설맨이다. 현재는 서울 강북 동부지역과 강남지역, 경기도 일부(수원, 용인, 구리, 의정부) 지역을 관장하고 있는 도시정비2팀에 근무하고 있다.

GS건설 도시정비2팀 신호준 부장을 만나 정비사업에 대한 그의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저자로 참여했던 「도시정비 바로알기」에 대해 소개한다면.

정비사업에 종사한지 10여년을 넘어가면서 그동안의 사례나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정리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중 우연한 기회에 정비사업 분야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함께 책을 집필하게 됐다. 현업에 종사하며 책을 준비하다 보니 준비기간만도 일 년 넘게 소요됐다.

특히 「도시정비 바로알기」는 그간의 정비사업 관련 책들이 대부분 법규나 절차에 대한 분석과 해설 등을 주된 내용으로 다뤄 일반인이 보기에 이해하기 어렵고, 내용도 딱딱해 읽기에 불편한 부분이 많았던 것에서 탈피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조금 더 알기 쉽게 이야기하듯이 읽기 편하게 정비사업에 대한 여러 면을 각자의 전공에 맞춰 쓴 책이다.

딱딱한 법규해설이나 분석내용은 거의 없지만, 정비사업을 하면서 정말 알고 싶고 궁금한 사항만을 위주로 전문가들이 각자의 식견과 경험을 풀어쓴 책인 만큼 정비사업을 알고 싶으신 분들의 일독을 권유하고 싶다.

 

- 정비사업의 위상과 역할 등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정비사업은 국가에서 담당해야할 서민들의 주거개선 사업을 민간이 대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그 역할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또한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을 한데 모으고 자금력과 기술력이 총집결하는 사업인 만큼 건설업의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십 년간 존속해온 낡은 도심 내의 지역을 완전히 새로운 주거환경으로 탈바꿈 하는 사업이므로 조금 더 체계적이고 거시적인 계획과 절차가 필요한 사업이 바로 정비사업이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시선은 일부의 부조리나 불법에만 초점이 놓여 있고, 정비사업 종사자들을 범죄집단으로 매도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물론 종사자들 스스로도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사회적인 시선이나 여론도 정비사업의 역할과 위상을 제대로 알고 평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활동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법ㆍ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주거환경이 낙후돼 있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형편이 어려운 조합원들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 바로 정비사업인데, 조합과 시공사에 모든 책임과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이 가장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들어 문제되고 있는 과도한 국공유지 매입비의 부담은 국가에서 적극 지원해서 조합들의 부담을 줄여 줘야만 정비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다.

또한 사업초기단계의 추진위나 조합들은 공공관리제 시행으로 인해 사업시행인가 때까지 외부적인 비용지원이 거의 없이 추진해야 하므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시공사의 노하우와 자금력이 뒷받침 돼야만 정비사업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는 만큼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인가후로 앞당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 부동산 경기의 침체 등으로 인해 현재 정비사업은 물론 건설사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비사업 등 건설사업의 향후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가 지속적으로 침체돼 왔고, 특히나 중대형 규모 공동주택은 분양가격을 인하해도 수요자체가 없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각 조합이나 시공사들은 시장상황에 적응하고 분양성을 개선하기 위해 중소형 평형으로 설계변경을 해왔으며, 관리처분수립 시에도 판촉비용과 할인재원을 별도로 반영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또한 시공사들은 이와는 별도로 조합원들의 부담금을 경감하고 분양가를 인하하기 위해 설계개선, 시공기술혁신, 원가절감, 마감조정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의 결과가 최근 들어 가시화돼 나타나고 있고, 전월세 시장의 포화로 인해 일부 수요자가 구매로 돌아서는 등 다소 나아지는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물론 시장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고 여건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다년간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 온 경험과 노하우로 앞으로의 시장상황에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정비사업은 입지가 양호한 도심내의 주택공급이라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중ㆍ장기적으로도 시장성은 안정돼 있다고 본다. 정부에서도 보금자리주택은 축소하고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 위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고 있다. 주택의 신규공급과 물량의 지속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정비사업이 향후에도 그 값어치는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최근 정책은 대부분 분양 및 임대주택 공급에 관한 정책이었고, 정비사업과 관련한 내용으로는 리모델링사업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장기간 사업이 중단되고 침체돼 온 리모델링사업이 이번 대책과 법규개정으로 인한 수직증축 허용 등으로 다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도시를 비롯해 충분한 시장성과 수요가 있으며, 무엇보다 자원의 재활용과 부담금 경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된 만큼 향후 정비사업은 급속도로 리모델링 사업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정부 대책이 만시지탄(晩時之歎)인 경향은 있지만, 조만간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나면 그동안 법규개정을 학수고대해온 많은 리모델링 단지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GS건설에서도 리모델링 전담TFT를 발족해 이에 대비하고 있다.

 

- 각 구역 추진위원장ㆍ조합장 및 임원, 토지등소유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비사업은 긴 시간과 많은 인력 그리고 자금이 필요한 사업이며, 이해당사자들의 합심ㆍ단결이 무엇보다 필요한 사업이다. 따라서 멀리 보는 긴 안목으로 정비사업을 지켜봐주길 바란다. 조급하고 성급하게 무언가 빨리 해낼수록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정비사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말처럼 가능한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이익이긴 하지만, 요즘처럼 시장상황이 안 좋을 때에는 관련 당사자들이 모여 조금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 긴 호흡으로 대비하는 것도 큰 전략이 될 수 있다. 노하우가 많은 시공사를 믿고 같이 협의ㆍ단결해서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방향으로 갈 때, 성공적으로 정비사업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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