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people - 조기태 조합장 / 고덕7단지재건축조합(한국도시정비사업조합중앙회 회장)

정비사업에 대한 끝없는 노력 ‘결실’

조합중앙회 회장 등 대외활동도 열심

 

중국 후위시대, 최효백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효백은 집안이 가난했지만 학문을 좋아해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책을 외웠으며, 다른 사람에게 글을 필사해 주는 일로 부모를 봉양했다. 효백은 이와 같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학문에 정진해 벼슬길에 올라 중서박사 저작랑이 됐으며 후에는 태자태부가 됐고 개국공에 봉해졌다. 효문제로부터 최광이라는 이름도 받았다.

일연이 삼국유사에서 단군신화를 서술하면서 인용 근거로 밝힌 『위서(魏書)』 <최광전>에 언급된 주경야송(晝耕夜誦)에 얽힌 이야기다. 우리에게 ‘주경야독’이라는 말로 더욱 잘 알려진 위 사자성어에 얽힌 이야기는 결국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공부한다면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인데, 이를 행하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을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을 테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이에 대한 실천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쁜 정비사업의 한 가운데에서 수 없이 많은 일을 해내면서도 이를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구역에서 재건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2003년 이전부터 서울시 강동구 소재 고덕 주공7단지 재건축 사업을 이끌어 오고 있는 고덕7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조기태 조합장이 그 주인공이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던 조기태 조합장은 건설회사에서 20년이 넘게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덕7단지 재건축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전국 재건축ㆍ재개발 추진위원회 및 조합의 모임인 ‘한국도시정비사업조합중앙회’ 회장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강동구 고덕지구 재건축연합회장, 서울시 도시정비위원회 강동갑 지회장, 한국도시정비교육원 고문 및 겸임교수, 한국직업능력 개발원 자문위원 등 무수히 많은 직함을 갖고 있다.

조기태 조합장은 위와 같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거환경정비사 자격 취득, 서울대 법학전문 대학원 도시정비과정 수료, 한국도시정비교육원 도시정비관리사 전문과정 및 최고관리자과정 수료 등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도시계획석사 학위를 취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수원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영득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진짜’ 정비사업 전문가, 조기태 조합장을 만나보자.

 

∥현실 외면 불합리한 기부채납 제도 개선돼야

조기태 조합장과 이야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역시 지난 8월 영득한 박사 학위와 관련된 이야기다.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조합장들이 정비사업 절차의 이행과 함께 자연스럽게 점차 정비사업 전문가가 된다고는 하지만, 이를 학문적으로 연구해 공인 받은 이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헌법상 보장돼 있는 국민의 재산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부채납 의무비율이 행정청 고위 간부의 지침 또는 내부 방침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행 기부채납 제도는 각 정비사업장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적용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박사논문의 주제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부채납 제도의 불합리성을 강조하는 데에 여념이 없는 조기태 조합장. 그가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발표한 논문 주제는 바로 ‘주택재건축사업의 기부채납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 서울특별시 강남ㆍ강동구 아파트재건축사업의 공원을 중심으로’이다. 특히 해당 논문은 한 사업장을 이끌어 가는 조합장이자 추진위ㆍ조합의 모임인 조합중앙회 회장인 그의 연구결과이기에 ‘탁상공론’과는 거리가 먼 현장밀착형 연구로서 그 의미를 더한다.

이와 관련해 조기태 조합장은 “누구보다 현실과 밀접하게 활동하고 있는 조합장으로서 제대로 된 논문을 준비해 학계에 제출하고, 또한 이를 공론화함으로써 현실적인 개선을 이끌어 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논문의 핵심은 현행 기부채납 제도가 형식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어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한다는 것. 특히 이는 조합원들에게는 재산상의 손실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일례로 서울의 모 재건축사업장의 경우 구역에 인접해 공원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사업 진행 시 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할 것으로 요구, 공원 조성부지를 모색한 결과 현재 위치한 공원에 바로 옆에 또 하나의 공원을 조성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질 예정이다. “시민들의 입장으로서는 공원은 많은 수록 좋다”고 이야기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기부채납이 반드시 필요한 목적이 아닌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조기태 조합장은 “조합이 관공서 건물이나 도로 등 필요한 기반시설을 기부채납해도 지침에 정해진 순부담률에 미치지 못해 공원을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미 공원이 많이 조성돼 있는 강동ㆍ강남지역 재건축사업장의 경우 위와 같은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정비사업이 더 이상 ‘무조건 이익이 남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 점이나 많은 정비사업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 등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불합리한 상황은 각 사업장에 가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011년 9~10월 기부채납에 따른 사업자 부담에 대한 체감도 조사를 목적으로 서울시에 등록돼 있는 87개 부동산 개발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및 전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기부채납과 관련해 “매우 과도하다” 또는 “과도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기부채납으로 사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업체도 10%에 달했다. 기부채납이 각 정비사업장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결과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조기태 조합장은 단순히 논문을 제출하고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에 그치지 않고 위 연구결과가 실질적으로 각 정비사업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부채납과 관련된 국회 세미나를 개최하는 준비 등에 한창이다.

조기태 조합장은 “공원 기부채납의 경우 각 정비사업장의 주변 상황 등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기부채납과 관련된 불합리한 점들만 개선돼도 많은 정비사업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 활성화 계기 마련돼야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서울 강남의 일부 재건축사업 대상 지역을 제외하고는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은 획기적인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 한 전망이 어두운 실정이다. 특히 재개발사업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현재의 서울시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한 정비사업 전문가 조기태 조합장의 판단이다.

정비사업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제도라는 믿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공공관리제도는 지난 3년 동안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고, 전ㆍ월세 대책 등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는 정부의 주택정책 역시 도시재생사업 활성화와는 무관하게 진행돼 결국 정비사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한다는 판단이다.

조기태 조합장은 “우리가 선진국을 여행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주거환경이 양호하다는 점인데, 이는 상대적으로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이 많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 등을 감안한다면 도시재생사업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수의 주민이 극렬하게 반대를 한다고 해서 도시재생사업이 취소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며 “중앙정부나 각 지방자치단체는 도시정비사업장의 일몰 문제만을 검토할 것이 아니라 재생이라는 차원에 비중을 더 두고 검토를 하면서 예산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조기태 조합장이 단순히 정부나 지자체에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요구하며 수동적으로만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전국 추진위ㆍ조합의 모임인 조합중앙회 회장으로서 도시정비법을 비롯한 불합리한 법ㆍ제도개선에 힘쓰고 있으며, 정비사업이 주거환경개선에 기여하고 있고 주거복지차원에서도 긴요할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의 활성화가 경기활성화 및 서민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한 교육사업을 통해 정비사업이 보다 투명하고 정직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으며, 정비사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부단한 교육을 실시해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사업장 만들기’에도 힘쓰고 있다. ‘정비사업은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라 내 돈을 들여서 내 집을 갖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비사업 바로알기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아픔은 나누면 덜해지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 정비사업은 어려움이 매우 많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뭉치고 나누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하는 고소, 고발, 진정 등은 자제해야 한다. 이러한 사항들은 조합을 와해시키고, 사업을 지연시키게 된다. 사소한 잘못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어려운 정비사업 시장의 상황 속에서도 이에 좌절하기 보다는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조기태 조합장. 정비사업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열정이 얼어붙은 정비사업 시장에 온기를 불러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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