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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을 미끼로 파고드는 기획부동산 사기
RE magazine | 승인 2015.12.01
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부동산’이란 단어에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수식어가 있다. ‘투기’와 ‘사기’가 그것이다. 투기와 사기는 둘 다 사람의 욕심에 편승한다. 투기는 단기간에 노력한 것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되고, 사기는 이런 심리의 얄팍한 틈을 노려 파고든다.

부동산 사기의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획부동산이다. 신도시, 혁신도시 등 개발호재가 발생하면 유독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사례가 넘쳐난다.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꼽힌다. 주식보다 예측하기 수월하고, 또 설령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주식의 ‘깡통계좌’처럼 투자금을 모두 날리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부동산 자체는 남게 되니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비용 고소득’이라는 달콤한 과일이 눈앞에 아른대니 어지간한 사람이라도 이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기획부동산은 사전적으로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언론에서 대규모 부동산사기 관련 기사를 내보내면서 기자들이 만들어낸 신조어가 유행처럼 쓰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부동산’과 ‘기획’이 만나면 ‘효용’이 창출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펼치는 택지조성사업이나 건설회사 등 기업이 토지를 매입해 개발사업을 펼치는 것도 따져보면 부동산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효용성이 떨어지는 토지를 개발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부동산 기획인데, 이것이 ‘사기’와 만나면서 부동산 기획이 아닌 기획부동산이라는 사기수법으로 전락한 셈이다.

물론 모든 기획부동산 회사가 나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부동산 컨설턴트로서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기획부동산 회사가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이유는 개발하더라도 효용성을 발휘하기 힘든 곳이나 아예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곳을 개발 호재지역이라고 호도하며 소비자의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일단 기획부동산은 대부분 토지를 대상으로 하는데, 토지는 아파트나 상가, 오피스텔처럼 거래가 빈번하지 않아 적정한 시세를 파악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이런 토지의 속성을 이용하여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불확실한 예측성 기사를 인용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제시하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기획부동산의 대표적인 사기방법은 일단 대규모로 땅을 매입하여 200~300평 정도로 잘게 쪼개 다수의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구입한 토지가 아예 분할등기조차 되지 않아 다수의 피해자가 공유지분으로 묶여있거나 업체가 주장했던 개발호재가 허위인 데다가 전원주택지로도 사용할 수 없는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점이다. 이런 토지를 실제 거래가격보다 많게는 수십 배 이상 비싸게 주고 매입했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에도 상업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수십 배나 비싼 값에 임야를 판매한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이 벌어졌었다. 이 업체는 송전탑 등이 설치돼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를 관광단지 등으로 개발되면 몇 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속여 판매했다.

또 토지를 소유주와 매매계약한 뒤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에 대한 이자지급은 물론 개발해 분양하면 이익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막대한 투자금을 받은 뒤 소유주와 계약을 파기하고 도망치는 것도 대표적인 기획부동산 사기 방법이다.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무차별적인 전화마케팅을 하는 것도 한 수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투자에 관심이 많으니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그중 일부만 속아도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투자자들의 경험치가 쌓이면서 단순 전화마케팅만으로는 속이는 것이 쉽지 않아지자 기획부동산 사기방법도 계속 진화되고 있는데, 근래에는 다단계 수법이 자주 적용되고 있다. 높은 급여와 좋은 근무조건을 제시하며 땅을 팔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법이다. 가까운 지인이 “투자가치가 높아 나도 샀다”며 권유하면 혹하기 마련이어서 피해자가 순식간에 급증하게 된다.

펀드식 운용을 과장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기 수법도 크게 늘었다.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해서 높은 수익률과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막대한 투자금을 받은 뒤 임의로 투자금을 유용해 잠적하는 식이다.

또, 주로 지방도시의 임야 등을 판매하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2~3년에 걸쳐 도시지역의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후 실수요자인 개발업자나 개인에게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방식도 생겨났다. 이런 경우에는 사기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아 어디다가 하소연할 수도 없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하지만, 기획부동산 사기에는 ‘하이 리턴’은 없고 ‘하이 리스크’만 남는다.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투자이익’은 부동산투자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높은 투자수익이라는 유혹에 빠지는 순간 기획부동산의 표적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 본 칼럼은 대한제당 웹진 2015년 1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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