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임혜연 변호사

[지역주택조합사업 바로알기]

 

법무법인(유한) 현 임혜연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현 임혜연 변호사

∥ 문제의 소재

지역주택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들의 부담금 납부의무는 조합가입계약서 및 조합규약에 의해 각 발생시기가 정해진다. 예컨대, 조합가입계약시 계약금 일부, 계약 후 수개월 이내 5%, 조합설립인가 신청시 5%, 설립인가 후 중도금의 10% 등 일부 시점에 전체 사업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식이다.

그런데, 만약 지역주택조합이 사업을 완수하지 못하고 중도에 해산결의를 진행해 해산·청산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면, 위와 같이 조합가입계약 및 조합규약에 의거 이미 발생한 조합원들의 부담금 납부의무는 유지되는지, 해산결의를 한 조합은 이를 청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판결

이에 대한 제1견해는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의 목적은 공동주택의 건설·분양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조합원 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조합원은 사업의 손익을 궁극적으로 부담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주택법 제11조에 근거해 설립되는 지역주택조합은 민법상 법인으로 등기하지 아니한 단체로서,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 중 법인격을 전제로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유추적용 해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8다15438 판결 참조).

…(중략)…

청산절차에 관한 규정은 모두 제3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사자가 임의로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며, 이에 반하는 행위는 무효이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누9848 판결 참조).

지역주택조합도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게 돼 해산을 결의한 때에는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만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조합에게 납부하는 조합원부담금은 본래 공동주택을 건축해 분양받기 위한 목적에서 갹출되는 것이다. 공동주택의 건축·분양이라는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게 돼 해산을 결의한 상황에서도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에게 조합원부담금을 납부하도록 청구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부담금의 본질에 배치되고 청산의 목적범위를 뛰어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지역주택조합이 해산을 결의하면, 청산인은 조합의 적극재산을 처분하고 소극재산을 변제해 결산한 결과, 잔여재산이 있다면 이를 조합원들에게 출자비율에 비례해 배분해야 하고, 조합의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사업손실을 출자비율에 비례해 분담시키기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청산금을 징수할 수 있을 뿐이다(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0. 10. 13. 선고 2020가단52117판결,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1. 6. 8. 선고 2020가단58351판결 등)」

 

∥ 부산고등법원(창원) 판결

한편, 제2견해는 조합이 해산결의를 함으로써 아파트 공급의무가 이행불능 됐거나 현저한 사정변경이 발생해 조합원들의 부담금 납부의무가 소멸했다는 주장에 대해 조합가입계약은 아파트 공급을 위한 매매계약과 달라 그 목적이 공동주택의 건설·분양 내지 아파트 공급받을 권리에 한정돼 있지 않으며, 따라서 조합원의 부담금의 본질 내지 목적 또한 아파트 공급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조합가입계약은 단체가입계약의 성질을 가져 일반 계약 해제·해지 혹은 채무자위험부담주의를 규정한 민법의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단체성에 기한 일정한 제약을 받는다는 점을 바탕으로

“원고는 해산 이후 현재 청산절차 중에 있으므로 피고들이 납부한 부담금 및 미지급 부담금 채권을 포함한 원고의 잔여재산은 민법 제80조 제1항 및 원고 조합규약 제50조에 정한 방법에 따라 조합원들의 부담금의 액수에 비례해 배분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들이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체결 이후의 사정을 들어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납부한 부담금의 원상회복을 구하며 미지급 부담금 납부를 거부하거나, 민법 제537조를 근거로 미지급 부담금 채권의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본다면, 강행규정인 민법상 청산절차에 관한 규정에 반하게 된다. 아울러 해산 이후 청산사무가 완료될 때까지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만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뿐인 비법인사단에 권리능력을 벗어난 법률관계의 형성을 강요하게 될 우려도 있다.

지역주택조합이 해산 후 청산절차에까지 이르렀다면 더 이상 주택의 공급이라는 사업목적의 달성을 기대할 수는 없고 잔여재산의 공평한 청산문제만 남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개별적인 계약의 해제, 해지를 인정하게 되면 원활한 청산절차를 방해하고 조합원들 사이에 불공평한 잔여재산 분배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부산고등법원(창원) 2021. 9. 16. 선고 2020나14775, 2020나14782, 2020나14799, 2020나14805판결]”고 판시함으로써 이행불능 또는 현저한 사정변경에 따른 조합가입계약 해제·해지에 대한 주장을 배척하고, 결과적으로 해산 결의한 지역주택조합도 조합원들에게 기 발생한 부담금 납부의무 이행을 촉구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 결론

양 견해의 차이는 ‘조합원들의 조합가입계약의 목적 내지 조합원의 지위’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와 ‘해산결의를 진행한 지역주택조합의 청산목적’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 판단이 엇갈리는 것에서 비롯된다.

제1견해는, 조합원은 ‘공동주택 건축·분양’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만 조합원 부담금 납부(갹출)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조합원 부담금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만 징수될 수 있을 뿐인데, 해산결의를 한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에게 목적달성이 불가한 부담금 납부 의무를 이행할 것을 청구하는 것은 지역주택조합의 청산목적을 벗어난 행위라고 해석했고,

제2견해는 해산결의를 진행한 지역주택조합의 목적은 ‘잔여재산의 공평한 청산’이고, 조합가입계약은 단순 매매계약과 달리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할 조합원의 지위를 득하는 것이 반대급부로 특정돼 있기 때문에 조합원 부담금 역시 공동주택 건축·분양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만 납부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해산 결의를 진행한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에 대해 조합원 부담금을 청구하더라도 조합원 부담금의 성질 또는 청산목적에 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때, 조합원 부담금은 조합가입계약서 또는 조합규약에서 정한 시기가 도래하면 자동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지역주택조합이 청산결의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원부담금 채권·채무가 자동소멸된다고 보기엔 법적 근거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해산결의 등을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이 해제·해지됐다거나 사정변경 등의 사유가 발생했음을 이유로 조합원부담금 의무가 소멸했다고 볼 수 없음을 판시한 제2견해의 법적 구성이 더욱 치밀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보론

위 부산고등법원(창원) 2020나14775 판결의 상급심인 대법원 2021가284356, 2021다284370판결은 “지역주택조합사업과 조합 가입계약의 성질, 조합 규약이나 조합가입계약의 내용, 당사자들의 의사, 조합원 부담금 납부의 성질, 형태와 방법 등을 고려해 볼 때, 조합원이 그 지위를 상실해 계약관계가 종료된다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향해 그 효력이 소멸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중략)… 조합 설립인가 신청일 이후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 자는 그 지위를 상실한 이후부터는 그 후 이행기가 도래하는 부담금을 납부할 의무를 면하지만, 그 전에 발생해 이행기가 도래한 부담금은 이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지역주택조합이 해산결의를 진행했다는 점이 이와 같은 청구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고, 해산결의를 진행했다는 점을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이 취소 또는 해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배척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자격을 상실한 조합원에게 기 발생한 부담금 납부의무 등이 소멸돼 지역주택조합이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경우, 남은 조합원들에게 극심한 경제적 부담이 발생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되므로 이를 근거로 청산결의를 한 지역주택조합이라도 조합원에게 청산결의 이전 시점에 발생한 부담금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명제를 직접적으로 도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나아가, 해산결의를 한 지역주택조합은 ‘청산목적 범위 내에서만 권리의무를 부담한다’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그 ‘청산목적’을 채권의 추심 및 채무의 변제로 볼 것인지, 혹은 잔여재산의 공평한 청산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지역주택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관계 단절의 원인이 지역주택조합의 해산결의인지 조합원의 ‘임의탈퇴’인지에 따라 달리 봐야 할 특별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고, 따라서 어떤 원인을 이유로 지역주택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관계가 단절되든 기 발생한 조합원의 부담금 납부의무는 여전히 존속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해산 결의를 진행한 지역주택조합이라 하더라도 이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고 있으므로 제2견해를 취하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조합가입계약자들은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을 통해 지역주택조합의 목적과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얻게 되는 ‘조합원 지위’의 의미, 그리고 조합원으로서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조합가입계약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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