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이태희 부연구위원 “공사비 증액 협상도 계속될 듯”

“입지별로 정비사업 진행 편차가 더욱 커지고, 정비사업 현장에선 공사비 증액 폭을 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경제는 지난 6월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3층 대회의실에서 ‘제6회 도시정비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2023년 도시정비 정책동향 및 사업전망(서울시를 중심으로)’ 주제발표를 통해 위와 같이 밝혔다.

 

◇ 우수한 정비사업장 위주로 사업진행 예상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먼저 적어도 올해까지는 고물가, 고금리, 고부채, 저성장의 ‘3고(高) 1저(低)’ 거시경제 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이로 인해 연내 부동산가격의 의미 있는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에게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상대적으로 최선호 유형의 주택사업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이태희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다만, 분양수요가 줄고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인 만큼 정비사업 현장도 사업성에 따라 편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사업성이 우수한 현장의 경우 조합원분담금에는 다소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활한 사업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더불어 현 상황에서는 사업성 확보가 곤란하지만 여건이 조금만 개선되면 사업성 확보가 가능한 곳 등 사업성이 ‘애매한 곳’의 경우 여건에 따라 사업속도나 일반분양 시기를 조절해 나가면서 계속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사업성이 열악한 현장의 경우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고, 앞으로도 사업성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사업이 좌초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사업성 우수입지 현장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침체 돼 있는 만큼 세간의 관심 및 인허가청의 부담이 떨어져 오히려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 나가는데 더욱 용이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업성이 애매한 곳은 사업기간이 길고, 이주비와 사업비 대출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상대적으로 지출되는 사업비 규모가 제한적인 정비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사업속도를 조절하면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규모 미분양 예상구역 등 사업성 열위 입지 현장은 건설회사의 지원 중단이 늘어나 사업 무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분양가를 낮춘다면 분양이 가능한 구역도 공사비 급등 등으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늘면서 조합원 간 갈등이 커져 장기간 표류한 가능성이 크다”고 의견을 밝혔다.

 

◇ 공사비 분쟁 계속될 듯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또 최근 정비사업 조합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인 공사비 분쟁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시 표준계약서를 참조해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물가변동(ESC)을 적용한 현장이 많을 뿐 아니라 착공 후 물가배제특약이 적용된 곳이 많고, 시공사 입장에서도 현 상황에서는 시공할수록 손해가 커져 시공권 해지를 감수하고서라도 계약서에 기재된 범위 이상의 증액을 요구하는 곳이 많은 상황이다. 게다가 조합 입장에서도 현 시공사와 ‘적절한 선’에서 증액계약을 맺는 것이 사업기간 등의 측면에서 유리한 만큼 공사비 증액 폭을 두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은 조합 요청에 따른 설계변경 즉, 정당한 공사비 증액사유가 많이 발생하지만 계약서에는 ESC 적용 사항과 비적용 사항이 혼재돼 있는 경우가 많아 분쟁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공사비 증액 협상이 실패한 곳의 경우 입주 거부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공사비 검증의 경우 검증 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고 검증불가 항목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강제성도 없어 분쟁 해결 수단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면서 “대부분 적적한 선에서 합의에 이르고 있으나 합의에 실패해 도급계약 해지 사업장도 나타나고 있는 실정으로, 향후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곳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신속통합기획 수용도↑ 모아타운 선호도↓

한편,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서울시의 경우 앞으로 신속통합기획 참여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는 신속통합기획 참여 시 서울시가 별도로 건축사를 선정하고 서울시 주도로 정비계획 기획안을 작성하면서 주민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반발이 컸지만, 지난 1월 주민제안 시 수립한 정비계획을 바탕으로 서울시와 협의하고 논의 과정에 주민이 선정한 도시계획 엔지니어링 업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주민의 반영폭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모아타운 선호도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신속통합기획이 수시신청으로 전환된 데다가 향후 ‘정비구역 입안요청제’ 시행도 예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호응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모아타운은 원칙적으로 재개발사업이 어려운 곳에 지정되도록 하고 있으나, 재개발사업 추진이 어려워 모아타운으로 선회한 현장도 많다”면서 “정비구역 입안요청제 시행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및 한국부동산원 등 정비사업 컨설팅 지원이 더해지면 신규 재개발사업 구역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로 모아타운 선호도가 현재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기타 주요 전망

이외에도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기본계획 수립 및 기반시설 설치비용 분담 시 리모델링 추진 희망 단지와의 교통정리 문제 ▲통합재건축 시 상가 문제 ▲3기 신도시 입주가 맞물릴 경우 미분양 또는 분양수익 감소로 인한 사업성 저하 문제 등을 1기 신도시 재정비의 과제로 지적하면서 “기존 재건축사업의 제도개선 병행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오는 7월부터 서울시에서도 조합설립 인가 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해지는 만큼 연말 즈음 조합설립인가 및 사업시행인가 사업장들이 대거 시공자 선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으며, 공공참여 정비사업의 경우 최근 주택시장 환경변화와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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