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최근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일부 서울의 중심지를 제외한 나머지 정비사업 등에서의 분양시장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미 사업시행계획이 인가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조합 해산을 주도하거나, 조합 해산에 동의하는 조합원들은 “매몰비용에 대한 조합원들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고, “책임을 지더라도 조합 및 조합임원은 지겠지만, 일반 조합원들은 전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해산 동의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법리상 법인의 책임이 개인의 책임으로 귀결되지 않으므로 통상적으로는 타당한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조합에 대해(실제 해산되는 경우 청산법인인 조합) 손해배상책임 또는 분담금 납부의무 등 경우에 따라서 일반 조합원들도 경제적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의 정관은 해당 조합의 조직, 기관, 활동, 조합원의 권리의무관계 등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으로서 공법인인 조합과 조합원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는 자치법규”라고 판시했고, “조합의 조합 정관 제10조 제1항 제6호는 ‘사업시행계획에 의한 철거 및 이주 의무’를 조합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위 정관 규정에 의해서도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리고 피고가 위와 같은 부동산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그 자체가 위법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하면서 “원심이 피고 조합원들이 각 부동산 인도일까지 사이에 정당한 사유 없이 각 부동산의 인도를 거부해 인도의무를 지체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하면서, 형평의 원칙에 따라 원심이 원고의 청구(‘기본이주비와 사업비에 대한 대출금에 대해 인도의무가 지체된 기간 동안의 이자’ 등을 1일 손해액으로 환산해 조합원들의 손해배상)를 인정한 적도 있다.

물론 위 판결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조합원들이 정관상 이주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 문제된 사안이었으나 대부분의 정비사업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정비사업비, 청산금 등 비용납부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은 물론, 총회 및 정관 등의 내용을 준수할 의무를 두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편, 대부분의 정비사업조합은 정관에서 ‘조합 해산 시 조합원들이 청산 종결을 위해 조합의 채무를 공평하게 나누어 분담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조합 해산 의결 시, 해산 의결 당시의 임원이 청산인이 되며, 조합 해산 시 청산에 관한 업무와 채권 추심 및 채무 변제 등 필요한 사항은 민법으로 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민법 제8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조합의 채무 변제 등이 청산인의 임무이며, 동조 제2항에서는 이를 위해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해산 당시의 조합임원은 조합의 채무 변제를 위해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게 되므로, 조합 명의로 청산을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청산을 위한 분담금 납입을 요청할 수 있으며(소송 포함), 정관상 조합원들의 각종 매몰비용(공사비, 용역비 등) 등 납부의무는 종래 조합원 전부가 나눠 부담하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청산을 위한 채무 분담은 전 조합원이 공평하게 부담한다는 정관 규정을 보더라도 이는 부득이한 것이다.

만약, 해산 총회 시 현재 조합임원(조합장)이외의 다른 조합원을 ‘청산인’으로 별도 선임하더라도, 채무 변제 등에 관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 이는 민법 규정을 위반한 불법행위가 됨은 물론이고, 형사상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바, 어떤 경우라도 조합원들은 정비사업조합 사업에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도시정비법 또는 소규모정비법에 따라 설립된 조합은 민법상 사단법인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조합설립인가처분이라는 설권적 처분을 통해 행정주체 유사의 공적 법인격을 부여받게 되는 특수한 법인이고, 조합원들은 위와 같은 특수한 법인에 소속돼 자신이 거주하던 부동산을 기초로 이를 투자한 뒤, 향후 유·무형의 수익을 얻게 되는 일종의 지분권자(Equity Partner)라 할 수 있다.

즉, 정비사업구역의 조합원들은 주체적 판단 하에 조합을 해산시키는 등의 행위를 할 수도 있지만, 조합 사업에 있어 명백한 지분권자로서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조합의 사업목적이 달성돼 조합이 해산될 때까지 조합 목적 달성에 협력할 의무가 있고, 조합 정관상 현물출자 의무와 정비사업비 등 비용납부 의무가 분명히 존재한다. 게다가 조합 해산 시에는 기존 채무의 변제를 위한 청산 시에는, 조합원들의 채무는 모두 공평하게 분배해야 한다.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해 조합을 함부로 해산시키자는 주장을 하면서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시행을 주장하거나, 개인의 이익에만 부합되는 행위 등을 하는 일부 사람들에 대한 성토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정비사업조합은 지역주택조합이나 일반 부동산 시행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사업이다. 이는 조합원들 개개인이 전부 자신의 거주지와 기존의 생활이익을 포기하고 온전한 지분권자로서 조합의 정비사업에 참여하게 되는 것인 바 그 의미가 작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히, 조합설립 이후에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해산을 주장하면서 그 경제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저히 조합원(사업파트너)으로서의 행위로는 보기 어렵다. ‘책임 없는 대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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