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벤처빌알엠씨 이상호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

(주)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 이동일 평가사
(주)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 이동일 평가사

1994년 삼성건설에 처음 입사(2009년 퇴사)한 이래 지금까지 줄곧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련 업무만 해왔다. 20년을 훌쩍 넘긴 이 기간 동안 건축시공, 건축설계, 정비사업 영업, 수주기획 등 다양한 정비사업 업무를 수행했고, 다방면의 경험도 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정비사업 전체를 판단함에 있어 나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갖는데 도움이 됐다.

사실 한 분야에 오랜 기간 종사한 ‘전문가’들이라면 그 분야가 처한 현실, 예컨대 장단점은 물론이고 개선되어야 할 것이나 지향점 등에 대해 정통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정책당국이나 언론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거나 의견을 청취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정비사업에 있어서는 정비사업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법률이나 제도가 새로 만들어지거나 변경될 때에도 그렇고, 정책의 개발, 수립, 적용 단계에서도 그렇다. 정비사업에 대한 이론적 지식에 더해 현장 경험까지 풍부한 ‘전문가’는 대개의 경우 이런 논의가 시작되면 부름을 받지 못한다. 아니 이런 논의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게 태반이다. 정책의 방향을 먼저 세우고, 거기에 맞춰 우호적인 전문가 몇으로부터 의견을 듣고는 한다. 사정이 이러니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리 없고, 당연히 정부의 정책은 언제나 시장에서 참담한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일례로 서울시의 정비사업 현장 실태조사도 그랬다. 실태조사를 받았던 조합 관계자는 “실태조사관 중에 정비사업에 대한 전문가는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조사관들은 실태조사가 아니라 꼬투리잡기를 나온 것처럼 사사건건 혹시 문제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현장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전혀 없는 이들이 무슨 실태조사를 하겠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었다. 문제점이 있다면 당연히 개선되도록 지도하는 것이 관할관청의 임무이겠지만, 불필요한 규제나 과도한 행정개입이 없는지, 이로 인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없는지 파악하려는 게 실태조사의 목적 아니겠는가.

지난해 말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로 출마했던 것도 도시재생 및 정비사업에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직접적인 실무를 수행하면서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불합리한 관련 법규 및 제도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개인 혹은 한 회사로서는 이런 불합리함을 개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에 협회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려 했다.

개선되어야 할 게 너무 많아 무엇부터 시작하는 것이 마땅한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지만, 그래도 정비회사와 정비사업조합 및 조합원들에게 불리하거나 불합리한 법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할 것 같다고 판단된다. 도시정비법은 2003년 시행 이래 많은 논란을 거쳐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변경이 됐고, 지난해에는 전면개정까지 되었지만, 여전히 업무(실무) 진행상 불합리한 조항이나 타법과 상충되는 조항이 있다. 따라서 관련제도의 변경제안을 제일 먼저 할 것이다.

또한 정비사업의 총회관련 제도도 역시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아직도 총회와 관련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특히 인건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줄이기 위해 이미 총회장 입장관리, 전자서면결의서 제출 등 총회진행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적용을 거의 무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정비업체를 운영하면서 시간적 제약으로 소홀히 했던 점도 인정된다.

우선 총회장 입장관리 시 지문인식 등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통할 경우 간단한 본인확인절차를 거쳐 신속하고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집계가 되므로, 인력운영에 대한 부담과 수작업의 오류를 개선할 수 있다. 활용하는 조합이 늘어나고 있는 전자투표(휴대폰 혹은 인터넷)나 전자 서면결의서 역시 부득이 하게 총회참석이 어려운 조합원이 본인의 소중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스마트 시스템이 정착되면 총회입장관리와 투개표 작업 등에 동원되는 인력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총회비용 절감이 가능해지고, 서면결의서 위법성(조작 및 강요에 의한 징구, 본인이 아닌 배우자나 실권자의 서명 등) 시비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IT강국이다. IT강국 대한민국의 도시재생사업의 한 축인 정비사업이 여전히 아날로그적으로 운영되어서야 되겠는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정비사업에 대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거나 신설함에 있어 마땅히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의견,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려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정비사업 종사자들은 기존 아날로그 방식을 탈피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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